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루소 '에밀',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스'… 고전에 대한 세계적 전기 작가의 비평문
입력 : 2025.01.16 03:30
모든 운동은 책에 기초한다
물건을 고르는 기준이 하나쯤 있을 거예요. 별점을 우선시한다거나, 댓글을 살펴본다거나, 지인의 사용 후기를 귀 기울여 들어본다거나. 특히 요즘은 유튜브의 '리뷰 채널'을 시청하는 사람이 많죠. 오늘 소개할 책의 저자는 백 년 전의 '100만 유튜버' 정도로 쉽게 설명할 수 있답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소설가이자 전기 작가인 슈테판 츠바이크입니다.
그는 당대에는 아주 유명한 리뷰어이기도 했어요. 다독가였던 그는 철학·문학·예술사 등 다방면으로 박식했으며 유려한 문장으로 대중에게 인기가 많았거든요. 거기다 짧은 길이의 글로도 사회 현상의 맥락을 정확히 짚어냈기 때문에 당시 사람들은 요즘으로 치면 '쇼츠'를 보듯이 그의 리뷰를 즐겼다고 해요. 이 책은 슈테판 츠바이크가 다양한 문학 작품과 작가들에 대해 남긴 리뷰 모음집입니다.
누군가는 100년 전에 쓰인 리뷰가 무슨 소용이냐고 반문할 수 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는 책의 특성을 생각해 보세요. 사람들이 더 이상 읽지 않을 때 그 책의 수명이 다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이 책에 등장하는 릴케·플로베르·루소·괴테 같은 작가의 작품은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 있죠.
"그의 언어가 연주하는 음악은 세상의 모든 언어가 시도했던 것 중 가장 정련된 형태로 축제를 벌인다." 그는 아일랜드 출신 작가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율리시스'에 대해 이렇게 썼습니다. '율리시스'는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서술돼 새로운 장르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죠. 독일 시인 괴테의 작품들을 두고서는 "분할된 광선이 아닌, 태양빛 자체와도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며 상찬하죠. 그가 남긴 문장들을 음미하다 보면 리뷰 대상인 책들을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저자는 호평만 늘어놓지 않습니다. 오히려 어떤 때는 아주 신랄한 비판을 하기도 해요.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자 20세기 독일 문학을 대표한다는 평을 받는 토마스 만의 소설 '로테, 바이마르에 오다'에 대해 그는 이렇게 평합니다. "이 소설의 줄거리 자체는 그렇게 대단하지 않으며, 아기자기한 단편소설들에 비해 딱히 더 많은 내용을 담고 있지도 않다."
장 자크 루소가 남긴 불후의 명저 '에밀'은 "교육학 분야의 최고 걸작"이라 평가하면서도, "자기 아이 다섯을 파리의 고아원에 버린 아비가 청소년을 세심히 돌보는 것을 인간의 기본 의무로 들고 있다는 점이 역설적"이라고 덧붙여요. 자식 다섯을 고아원에 버린 루소에 대해 일침을 한 것입니다.
저자의 독창적인 관점을 따라가다 보면 문득 나라면 어떤 평을 할 수 있을까, 나라면 어떤 문장으로 리뷰를 시작할까 고민하게 돼요. 만약 그러다가 나만의 리뷰를 써내게 된다면 우리는 백 년이라는 시간을 넘어 저자와 대화를 나누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