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숨어있는 세계사] 운하·얼음 덮인 땅에 눈독 들이는 미국… 中 견제하려는 목적이죠
입력 : 2025.01.15 03:30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
- ▲ 작년 8월 길이 366m, 폭 51m에 달하는 거대한 화물선이 파나마 운하를 지나가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미국이 이 운하의 통제권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하죠. /AFP 연합뉴스
트럼프는 왜 두 지역을 손에 넣으려고 할까요? 오늘은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의 역사를 살펴보고, 두 지역과 미국은 어떤 관계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얼음으로 뒤덮인 '녹색 땅'
먼저 두 지역이 어디 있는지부터 살펴볼게요. 지구본을 봤을 때, 그린란드는 캐나다 북동쪽, 아이슬란드 북서쪽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섬입니다. 면적이 약 217만㎢로, 한반도 면적(약 22만㎢)의 9배가 넘어요. 그린란드는 대부분 빙하로 덮여 있어 사람이 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현재 인구도 약 6만 명 정도에 불과하답니다.
그린란드는 얼음으로 뒤덮인 땅인데, 왜 '녹색 땅'이라는 이름이 붙은 걸까요? 그린란드엔 기원전 2500년쯤부터 원주민 이누이트족이 살고 있었지만, 유럽인이 건너온 것은 10세기였습니다. 당시 그린란드를 발견한 바이킹 에이리크 라우디는 자신이 발견한 땅에 많은 이주자를 모으기 위해 살기 좋은 땅인 것처럼 이름을 지었다고 해요.
하지만 14세기부터 소빙하기에 접어들며 유럽과 교류가 줄어들었어요. 그러다 18세기 덴마크가 그린란드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됩니다. 덴마크의 탐험가와 성직자들이 그린란드에 파견되어 영향력을 확대했어요. 이후 덴마크는 1920년대 영국 등 강대국과 맺은 조약에서 그린란드에 대한 주권을 인정받았고, 1953년 본토의 일부로 그린란드를 편입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은 잠시 그린란드를 점령하기도 하는데, 당시 덴마크를 점령한 독일이 그린란드까지 손에 넣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죠. 1979년 그린란드는 자치권을 갖게 됐지만, 외교와 국방은 여전히 덴마크 정부 통제하에 있답니다.
그린란드는 사람이 살기에 적합하진 않지만 지하자원이 풍부해요. 특히 전기 자동차 배터리와 전자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희토류가 4000만t이나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돼요. 미국의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그린란드는 러시아와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서 미국 본토를 방어하는 방파제 역할을 해왔습니다. 미국은 1951년 덴마크와 방위조약을 체결하고 그린란드 북서부에 미군 기지를 건설했어요. 이곳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대한 조기 경보와 우주 감시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덴마크 정부는 그린란드 매각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린란드 국민 역시 미국 영토로 합병되는 것에 매우 부정적이에요.
아메리카 대륙 가로지르는 운하
이번엔 미국 남쪽 파나마 운하로 가보겠습니다. 파나마 운하는 중앙아메리카 파나마를 가로지르는 운하로, 현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운송 경로 중 하나예요. 파나마 서쪽엔 코스타리카, 동쪽엔 콜롬비아가 있답니다. 길이 82㎞의 이 운하는 파나마 국토를 가로질러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해주죠. 미국 군함과 상선도 이곳을 이용하기 때문에 미국의 군사적·상업적 이익에 매우 중요한 시설이에요.
세계적으로 무역이 활발해지며 유럽 국가들은 19세기 후반부터 물품 운송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아메리카 대륙을 가로지를 방법을 고민했어요. 프랑스가 파나마 운하 건설에 나섰지만 기술적, 재정적 한계에 부딪혀 실패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1903년 미국이 파나마 운하 건설에 본격적으로 착수했죠. 당시 파나마는 콜롬비아의 일부였는데, 콜롬비아가 운하 건설에 협조하지 않자 미국은 파나마의 독립을 지원하고 그 대가로 운하 건설권과 운영권을 갖기로 합니다. 1914년에 완공된 파나마 운하를 이용하면 기존 남아메리카를 우회하는 항로에 비해 1만㎞ 이상 통행 거리를 줄일 수 있죠.
하지만 미국이 파나마 운하를 관리하는 것은 파나마 국민에겐 '제국주의 지배'로 여겨졌어요. 파나마 정부는 미국에 지속적으로 운하에 대한 권리 반환을 요구했고, 결국 1977년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은 파나마 정부와 조약을 체결하고 1999년까지 단계적으로 권리를 반환하기로 약속합니다. 파나마 정부는 운하 통제권을 돌려받은 이후 더 큰 선박이 운하를 통과할 수 있도록 수십억 달러를 들여 확장 공사도 했죠. 오늘날 파나마 운하는 파나마 경제의 생명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는 파나마가 미국 선박에 과도한 통행료를 부과해 미국을 '갈취'하고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미국이 파나마 운하를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죠.
진짜 목적은 중국 견제
트럼프가 두 지역을 차지하려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경제적 이익 외에도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중국을 견제하려는 목적입니다.
희토류뿐 아니라 다양한 천연자원이 있는 그린란드는 중국도 눈독을 들이는 지역입니다. 또 지구온난화로 북극 빙하가 계속 녹으면서 북극을 통과하는 항로가 개발되고 있는데, 중국도 북극 개척에 적극적이죠. 미국 은 전략적 요충지인 그린란드를 선점해 중국의 접근을 차단하겠다는 것입니다.
파나마 운하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과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 간 무역은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어요. 파나마 운하는 중국과 중남미 무역의 가장 중요한 통로입니다. 연간 약 4500만t의 중국 화물이 파나마 운하를 통해 운송되고 있는데, 이는 미국에 이어 둘째로 많은 물동량이죠. 트럼프가 두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게 핵심 의도인 것으로 해석됩니다.
강경 발언을 해온 트럼프이지만, 그가 실제로 그린란드와 파나마에 무력을 사용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미국이 한 국가를 견제하기 위해 민주주의와 자유무역이라는 원칙을 포기하는 것을 미국 국민들이 받아들이긴 쉽지 않을 거예요. 앞으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미국의 위상을 다시 세울지, 아니면 그 반대의 결과를 가져올지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 ▲ 그린란드 수도 누크(Nuuk)시 전경. 뒤로 눈 덮인 세르미치악산이 보여요. 그린란드는 영토 80% 이상이 얼음으로 덮여 있어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이 많지 않아요. /위키피디아
- ▲ 그린란드는 미국 북동쪽, 파나마 운하는 미국 남쪽에 있어요. 두 지역 모두 미국의 전략적 요충지입니다. /위키피디아
- ▲ 그린란드 국기(왼쪽)는 덴마크 국기(중간)처럼 빨간색과 흰색을 사용했습니다. 그린란드의 문장(오른쪽)은 파란색 방패 안에 상징 동물인 흰색 북극곰을 그려 넣었어요. /위키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