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호화스럽고 사치스럽게 생긴 오리… 매년 열 마리 정도만 발견된대요
입력 : 2025.01.15 03:30
호사비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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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사비오리 수컷(위쪽)과 암컷(아래쪽). 호사비오리는 다른 오리와 다르게 머리 뒤로 기다란 깃털이 삐쭉 나와 있답니다. /위키피디아
호사비오리라는 독특한 이름은 '오리랑 비슷한데 아주 호화롭고 사치스럽게 생겼다'는 뜻이래요. 왜 이런 재밌는 이름이 붙었는지 생김새를 보면 납득이 간답니다. 우선 날개와 배 부분은 흰색 바탕에 검은 무늬가 알록달록하고요. 수컷의 경우 목과 등 부분이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녹색을 하고 있는데 반짝거리면서 윤이 나요. 암컷은 목과 등이 옅은 갈색이고요.
그런데 수컷과 암컷 모두 다른 오리에게선 볼 수 없는 기다란 깃털이 머리 뒤로 삐쭉 돋아있어요. 댕기머리를 연상시키는 이 깃털은 어깨까지 내려오는데, 수컷의 댕기가 암컷보다 더 두드러져요. 번식철이 되면 수컷은 암컷 앞에서 머리를 힘차게 흔들어 댕기 깃털을 휘날린답니다. 과학자들은 댕기 깃털이 이성에게 잘 보이게 하는 치장품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해요.
호사비오리 역시 다른 오리 무리처럼 수컷의 깃털 색깔이 암컷에 비해 훨씬 현란하고 아름답습니다. 화려한 색깔은 암컷에게 자신의 매력을 한껏 자랑하는 효과가 있어요. 그래서 깃털 색깔이 화려한 수컷이 암컷을 놓고 경쟁할 때나 구역 다툼을 할 때 유리하대요.
오리는 주로 물풀을 뜯어 먹고 살지만 호사비오리는 육식성이에요. 가장자리가 톱날처럼 생긴 부리로 물고기 사냥을 잘 한답니다.
알에서 태어난 새끼 오리들은 보들보들한 솜털로 덮여 있어요. 아장아장 걷는 모습이 정말 귀엽고 깜찍한데요.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새끼 호사비오리들을 보기 어렵답니다. 러시아·중국·북한 지역에서 주로 번식을 하고 우리나라와 일본·중국 남동부 지역에서 겨울을 나거든요.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머무는데 서식지를 깐깐하게 고르고 경계심이 많아서 쉽게 발견하기 힘든 겨울철새로 손꼽히죠. 중국도 호사비오리를 '국가 1급 중점보호동물'로 지정했어요.
최근엔 반가운 소식도 들려와요. 국내에서 호사비오리가 발견되는 지역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거예요. 원래 호사비오리는 천수만을 비롯해서 팔당호·충주호·북한강 등에서 보였는데요. 최근에는 서울 중랑천과 대전 갑천 같은 도시 하천에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요. 이렇게 서식지가 확대되고 있는 것은 도시 하천이 자연 친화적으로 정비되고 있다는 뜻이래요.
도움말=윤종민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조류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