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겨울엔 북서쪽, 여름엔 남동쪽… 바람 마주 보려 이착륙 방향 바꿔요
입력 : 2025.01.14 03:30
기상과 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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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픽=유재일
시야가 제한되는 경우에도 활주로에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설치하고, 풍향에 따라 비행기의 이착륙 방향을 바꾸기도 하죠. 오늘은 알아두면 공항에서 더 많은 것이 보이는 항공 지식에 대해 알아볼게요.
안개 속 숨은 활주로를 찾아라
아침 일찍 공항에 가본 적 있나요? 아침 안개가 짙게 끼어서 활주로가 보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특히 인천공항 같은 바다 근처 공항은 수분이 풍부한 대기 때문에 안개가 자주 발생해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 속에서 비행기는 어떻게 착륙할 수 있을까요? 비행기는 활주로 주변에 설치된 계기착륙장치(ILS· Instrument Landing System)의 도움을 받아 수평·수직 위치를 정렬한답니다.
계기착륙장치는 크게 '글라이드 슬로프(Glide Slope)'와 '로컬라이저(Localizer)'로 구성돼요. 글라이드 슬로프는 비행기가 안정적인 각도(보통 3도)로 활주로에 착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입니다. 활주로 양 끝에서 안쪽으로 약 300m 지점에 설치돼요. 이 장치는 3도 경사각을 기준으로 위쪽엔 150Hz, 아래쪽엔 90Hz의 전파를 발생시킵니다. 비행기가 3도보다 높은 각도로 접근하면 150Hz 전파가, 낮은 각도로 접근하면 90Hz 전파가 더 강하게 수신되겠죠. 두 전파가 동일한 강도로 수신되는 지점이 곧 3도 경사각으로 진입하는 경로가 되는 거예요. 조종사는 이 지점을 찾아 고도를 조절하죠.
로컬라이저는 비행기가 활주로의 중심선에 맞춰 착륙할 수 있도록 기체를 좌우로 정렬시켜 주는 전파 시스템이에요. 활주로 양 끝에서부터 바깥쪽, 약 300m 지점에 설치됩니다. 이 장치 역시 활주로 중심선을 기준으로 왼쪽과 오른쪽에 서로 다른 전파를 방출해요. 두 전파가 동일한 강도로 수신되는 지점이 바로 활주로 중심선으로 이어지는 경로가 되는 거죠.
비행기는 두 장치가 보내는 신호를 조합해 철로를 따라 움직이는 기차처럼 정확한 각도와 경로로 착륙합니다. 조종사는 ILS 신호를 수신해 기체를 활주로에 정렬하고, 비행 상태를 모니터링하며 착륙한답니다.
바람에 따라 활주로 방향 바꿔요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바람입니다. 활주로 옆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항공기가 활주로 중심선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또 비행기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항공기의 이착륙 거리를 증가시켜 활주로를 이탈하는 '오버런(overrun)' 사고를 유발할 수 있죠.
공항은 설계 단계부터 바람의 방향을 고려합니다. 인천공항의 경우 활주로가 북서-남동 방향으로 배치되어 있는데, 한반도의 계절별 풍향을 고려한 설계입니다. 한반도는 여름철엔 북태평양 고기압 영향으로 남동풍이, 겨울철에는 시베리아에서 차가운 북서풍이 주로 불어와요. 따라서 여름에는 남동쪽으로, 겨울에는 북서쪽으로 이착륙하는 것이 가장 안정적이죠. 물론 기상 상황에 따라 활주로 이착륙 방향은 수시로 바뀔 수 있습니다. 이착륙 시 가장 위험한 것은 갑작스럽게 바람의 방향이나 세기가 바뀌는 '급변풍'이에요. 강풍이나 강한 난기류는 항공기 추락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급변풍 등 위험 상황이 발생하면 관제탑에선 항공기 간 이착륙 시간 간격을 늘립니다. 조종사가 착륙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경우엔 활주로 방향을 변경하기도 하죠.
새하얀 눈, 비행기엔 치명적
하얀 눈은 아름답지만, 비행기엔 큰 위험이 됩니다. 눈과 얼음 때문에 자칫 비행기 추락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비행기가 어떻게 하늘을 나는지 알아볼게요. 비행기가 날려면 여러 요소가 필요하지만, 핵심은 비행기 날개 구조에 있습니다. 물체가 떠오르는 힘을 양력이라고 하는데요. 비행기는 날개 위아래를 흐르는 공기의 압력 차이로 양력을 얻어 비행하죠. 비행기는 날개 윗면이 아랫면보다 둥글고 긴 곡선을 이루고 있어, 공기가 윗면을 지날 때 더 빠른 속도로 흐릅니다. 빠른 공기의 흐름은 날개 윗면의 압력을 낮추고, 상대적으로 느린 아랫면의 공기는 높은 압력을 만들어 양력이 생기는 거예요.
그런데 날개에 눈이나 얼음이 쌓이면 매끄러운 날개 표면이 울퉁불퉁해져 공기의 흐름에 방해됩니다. 이로 인해 날개 주변에 대기 흐름의 소용돌이가 생겨 마치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것처럼 조종하기가 힘들어지죠.
이런 위험을 막기 위해 공항에선 이륙 전 제·방빙 작업을 합니다. 항공기 표면에 붙어있는 얼음이나 눈을 제거하는 '제빙'과 비행 중 얼음과 눈이 달라붙지 않도록 예방하는 '방빙' 작업을 하는 거예요. 흔히 제빙은 '디아이싱(De-Icing)', 방빙은 '안티아이싱(Anti-Icing)'이라고도 해요. 특수 화학 용액을 비행기에 고압 분사해 제빙을 하고, 방빙 용액을 항공기 외부에 코팅하는 방식이에요. 방빙을 하면 영하 30도에도 비행기 표면에 얼음이 얼지 않는답니다.
제·방빙 작업은 폐용액 수거 시설을 갖춘 '제·방빙장'에서만 할 수 있습니다. 작년 11월 수도권에 폭설이 내리며 많은 항공기가 지연됐는데요. 제·방빙 작업 대기가 길어지면서 비행기 출발이 늦어진 것도 있어요.
방빙 용액은 종류에 따라 짧게는 몇 십 분, 길게는 몇 시간 동안만 효과가 지속돼요. 이륙 후 최대한 오래 효과를 보기 위해 모든 승객이 탑승한 다음에 제·방빙 작업을 하는 것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