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해상무역하던 고대 그리스서 시작… 17세기 '런던 대화재' 이후 보편화됐죠
입력 : 2025.01.14 03:30
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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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러스트=이철원
보험은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위기 상황으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예요. 과거 해상무역을 주로 하던 고대 그리스에서 이뤄진 '모험대차(冒險貸借)'가 시초라고 보는 견해가 많답니다. 모험대차는 부자가 상인에게 항해에 필요한 돈을 빌려주는 대신, 배가 무사히 돌아오면 원금과 함께 빌린 금액의 최대 33%에 달하는 이자를 받는 제도였어요. 특이한 점은 배가 돌아오지 못하면 빌린 돈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어요. 상인들은 예기치 못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죠. 이런 제도는 지중해 무역이 활발했던 12세기까지 계속됐어요.
그러나 1236년 교황 그레고리우스 9세는 '가난한 자에게 이자를 받지 말라'는 성경 구절에 따라 금융 거래에서 이자를 금지하는 '이자금지령'을 공포합니다. 이 때문에 금융가들은 일종의 편법을 생각해 냈어요. 금융가들은 항해를 떠나기 전 상인들의 선박과 화물을 사겠다는 '가계약'을 맺고, 상인들에게 일정 수수료를 받았습니다. 선박이 무사히 항해를 마치고 돌아온 경우 금융가와 상인은 구매 계약을 취소해 없던 일로 했습니다. 반대로 선박에 문제가 생겼을 땐 금융가가 상인에게 계약서에 적힌 구매 금액을 지급했죠.
이런 계약은 현대 보험과 매우 유사해요. 상인들이 낸 수수료가 보험료 역할을 한 것이죠.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제도적인 보험이 등장해요. 1383년 이탈리아 피사에서 작성된 보험증권 계약서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해상보험 증권으로 기록되어 있답니다.
17세기엔 '화재보험'이 등장했어요. 1666년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대화재 때문이에요. 4일 동안 불이 지속되면서 런던 중심부가 잿더미가 됐고, 큰 충격을 받은 런던 시민들은 앞으로 또 닥칠지 모르는 재앙으로부터 재산을 보호할 방법을 찾았어요. 최초의 화재보험 회사는 대화재 이듬해에 설립됐습니다. 치과 의사 니컬러스 바본이 화재 발생 시 피해 금액을 보장해 주겠다며 보험 사무소를 세웠어요. 제대로 된 이름도 없이 시작한 이 사무소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급성장했고, 이를 본 사람들이 잇따라 화재보험 회사를 만들며 자연스럽게 화재보험이 정착됐습니다. 이후 질병, 장애, 파산 등 다양한 보험 상품이 등장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