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우아하게 날아가는 하얀 실 단 씨앗… 상큼한 꽃향기가 특징이죠
입력 : 2025.01.13 03:30
박주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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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주가리 열매 안에는 흰 명주실 같은 것을 달고 있는 씨앗이 가득 차 있어요(왼쪽 사진). 지름 2~5㎝ 정도로 펴지는 박주가리의 작은 꽃송이들(오른쪽 사진). /김민철 기자
꽃이 진 다음, 가을에 달려 늦은 겨울까지 볼 수 있는 박주가리 열매는 정말 인상적입니다. 추 또는 표주박처럼 생긴 열매 표면은 도톨도톨합니다. 그 열매는 충분히 익으면 저절로 벌어지는데, 안에는 흰 명주실을 잔뜩 단 씨앗이 가득합니다.
이 씨앗들이 바람이 불면 흰 명주실을 펼치고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날아갑니다. 흔들림 없이 직선으로, 그것도 상당히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모습이 정말 장관입니다. 마치 차례로 낙하산을 펼치고 날아가는 것 같습니다. 이런 모습이 재미있어서 아이들이 이 열매를 따서 입으로 '후~' 불면서 노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옛날엔 이 비단실처럼 가는 털을 모아 도장밥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식물이 씨앗에 털을 다는 것은 중력을 이기고 조금이라도 멀리 날려 보내기 위해서입니다. 씨앗에 가벼운 풍선을 다는 것과 같은 효과입니다. 자식은 새로운 세상에 정착해 살아가도록 하려는 모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민들레나 사위질빵 등 많은 식물이 이런 방식으로 씨앗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박주가리는 덩굴성 여러해살이풀인데, 시골은 물론 도심의 공터나 담장가, 숲 언저리 등에서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곳에서 줄기로 울타리·철망이나 다른 식물 등을 감고 올라가면서 자랍니다. 여름에 피는 박주가리 꽃은 참 예쁘고 꽃 모양과 색도 독특합니다. 지름 2~5cm 정도의 작은 꽃송이들이 다섯 갈래로 갈라지면서 뒤로 젖혀져 핍니다. 자세히 보면 꽃잎 안에 털이 가득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꽃색은 흰색에 가까운 것에서 연분홍 또는 연보라색에 가까운 것까지 다양합니다. 이런 작은 꽃들이 모여 큰 꽃차례를 이룹니다.
박주가리 꽃을 만나면 꼭 향기를 맡아보세요. 놀라울 정도로 신선하고 상큼한 향기입니다. 공터 등에서 흔하게 피는 꽃이 어떻게 그런 고급스러운 향기를 가졌는지 놀라울 정도입니다. 흔히 향기가 좋은 꽃으로 칡꽃, 함박꽃나무, 은방울꽃, 치자꽃 등을 드는데 박주가리도 향기에서는 이런 꽃에 비해 손색이 없습니다. 이 꽃은 꿀도 많아서 벌과 나비들도 좋아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박주가리라는 독특한 이름은 어디서 유래했을까요? 열매 모습이 박처럼 생겼고 그것이 쪼개지는 모습을 보고 지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박처럼 '쪼개지는' 식물, 그러니까 '박쪼가리'에서 박주가리로 변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것입니다.
박주가리는 줄기나 잎을 자르면 우유 같은 흰 유액이 나옵니다. 보통 식물에서 나오는 이런 유액엔 독성이 있습니다. 동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법의 하나입니다. 비상하는 씨앗부터 상큼한 향기와 흰 유액까지, 박주가리는 여러모로 개성 만점인 식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