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삶에 지친 마음 위로하는 81개 문장… 필사를 통한 향유의 경험 선사해요
입력 : 2025.01.09 03:30
나를 살린 문장, 내가 살린 문장
"때로 하나의 문장이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
이 책은 저자가 일상 속에서 찾아낸 문장 81개를 담고 있어요. 오랫동안 광고 카피라이터로 일했던 저자는 특별히 훈련된 언어 감각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우리의 생각을 뒤집어놓을 만한 멋진 문장을 찾아내는 능력이 탁월하거든요. 저자는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문장들을 소개한 후 그 문장을 왜 골랐는지 이유를 짤막하게 달아놓았습니다.
이 책은 필사책이기도 해요. 책을 펼치면 한쪽 면엔 위로, 용기, 삶의 통찰 등을 담은 문장과 그에 대한 작가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적혀 있고, 옆 페이지엔 독자가 직접 이 문장을 따라 적거나 자기만의 글을 채워 넣을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답니다. 저자는 오랜 세월 동안 책과 영화, 연극과 공연 등 자신의 일상에서 마주친 문장들을 수첩에 꼼꼼히 기록했다고 해요.
저자는 사람을 살리는 문장이 있다고 말해요. 그리고 자신에게도 그런 문장들이 있었다고 해요. 만원 전철 속에서 인생의 허무함을 꾹꾹 누르던 시기. 무심코 가슴으로 훅 들어온 문장들은 삶에 지친 마음을 위로해주기도 했고, 때론 삶의 방향을 바꾸는 큰 결심을 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죠. 저자는 이런 문장들 가운데 이 시대 독자들에게 가장 필요할 법한 문장을 엄선했어요.
저자는 고명재 시인의 산문집 '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의 한 대목을 적어두었습니다. "'내 수명을 뚝 잘라서 당신께 주세요'라고 할머니 몰래 기도했던 걸 기억한다." 그리고 자신의 감상도 덧붙이죠. "시인의 존재 이유는 이런 게 아닐까. 반으로 나눠 먹는 빙과에서 반으로 나누는 수명을 상상하고 기도하는 것. 시인의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세상은 덜 비참하고 덜 지루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권유하는 시인의 문장을 읽으며 따라 쓰면, 누구라도 절로 미소를 짓게 될 거예요.
저자는 '리버스 멘토링'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김경집 전 가톨릭대 교수가 남긴 말을 되새겨보라고 제안하기도 합니다. "초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리버스 멘토링의 시대입니다. 젊은이들이 무조건 옳습니다." 저자는 나이 많은 사람이 무조건 어른으로 여겨지던 시대는 지났다고 말해요. 그러곤 '후배들에게 스스럼없이 질문하고 배우는 사람이 진정 슬기로운 사람'이라는 깨달음을 들려줍니다.
요즘은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볼 때 인터넷에 연결된 상태에서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스트리밍 방식을 주로 사용하지요. 편리하긴 한데, 즐기고 나면 남는 것이 없어요. '향유(享有)'라는 말은 '누리어 가지다'라는 의미예요. 잔뜩 누리기는 하지만 아무것도 가지지는 못하는 스트리밍의 시대. 화려하지만 공허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책은 필사를 통한 향유의 경험을 선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