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차 막아서서 과일 받아가는 '톨게이트 코끼리'… 종교 의식에도 동원된대요

입력 : 2025.01.08 03:30

스리랑카코끼리

스리랑카 남부 카타라가마 인근 도로에서 한 스리랑카코끼리가 버스에 다가가 코를 들고 있어요. 이 코끼리는 버스를 막았다가 사람들이 먹을 걸 주면 길을 비켜줘 ‘톨게이트 코끼리’라는 별명을 얻었답니다. /AFP 연합뉴스
스리랑카 남부 카타라가마 인근 도로에서 한 스리랑카코끼리가 버스에 다가가 코를 들고 있어요. 이 코끼리는 버스를 막았다가 사람들이 먹을 걸 주면 길을 비켜줘 ‘톨게이트 코끼리’라는 별명을 얻었답니다. /AFP 연합뉴스
요즘 인도양의 섬나라 스리랑카에서는 독특한 습성을 가진 코끼리가 화제를 모으고 있어요. 차도를 막아서고 있다가 운전자나 승객이 주는 과일을 받은 다음에 비켜줘요. 그래서 이 코끼리에게는 '톨게이트(요금소) 코끼리'라는 별명까지 붙었어요.

코끼리는 서식 지역에 따라 크게 아프리카코끼리와 아시아코끼리로 나뉘어요. 동남아시아·남아시아에 사는 아시아코끼리는 아프리카코끼리보다 덩치도 왜소하고, 귀도 작고, 성질도 온순한 게 특징인데요. 아시아코끼리는 다시 인도코끼리·수마트라코끼리·스리랑카코끼리로 나뉜답니다.

이 중에 가장 덩치가 큰 종류가 스리랑카코끼리예요. 전 세계 야생 코끼리 5만여 마리 중 7000여 마리가 스리랑카코끼리예요.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스리랑카는 면적이 한반도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 작은 섬이랍니다. 그래서 스리랑카는 아시아 다른 지역보다 코끼리 서식 밀도가 월등히 높아요.

그 때문에 '톨게이트 코끼리'처럼 사람과 코끼리가 마주치는 일이 종종 일어난답니다. 스리랑카코끼리는 다 자란 수컷을 기준으로 어깨높이는 3.5m이고, 몸무게는 5500㎏까지 나간답니다. 아프리카코끼리만큼은 아니어도 엄청난 거구죠.

스리랑카코끼리는 아시아코끼리 중에서 가장 짙은 피부색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귀와 코, 얼굴, 배 부분에 군데군데 분홍색 또는 흰색 피부를 볼 수 있죠. 피부색이 탈색된 건데요. 유전자와 영양 상태, 서식지 등 여러 가지 요소 때문에 이런 피부 색깔이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요.

코끼리 하면 떠오르는 게 기다랗게 뻗은 엄니(상아)인데요. 그런데 스리랑카코끼리는 암컷, 수컷 모두 엄니를 보기가 어려워요. 이들이 이렇게 된 건 인간의 영향이 있다고 얘기해요. 엄니를 노린 인간의 사냥을 피하려다 보니 아예 엄니를 없애는 쪽으로 진화를 하게 됐다는 것이죠.

여느 코끼리 무리와 마찬가지로 스리랑카코끼리도 나이 많고 경험이 풍부한 암컷이 다른 암컷과 어린 새끼들로 구성된 무리를 이끌어요. 여덟 살이 넘어 성숙한 수컷들은 따로 무리를 이뤄서 살고요.

코끼리는 스리랑카 문화와 역사에서도 상당히 중요하게 여겨져요. 불교나 힌두교 의식 때 화려하게 치장을 한 코끼리가 등장하기도 하죠. 밀렵으로 숫자가 급감하자 스리랑카 정부는 코끼리를 죽일 경우 최대 사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코끼리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섰어요.

스리랑카코끼리는 우리나라와도 아주 인연이 깊답니다. 2010년 스리랑카 정부에서 기증한 암컷 '수겔라'와 수컷 '가자바'가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에 들어왔어요. 그로부터 6년 뒤 둘 사이에서 아기 코끼리 '희망이'가 태어났어요. 무려 22년 만에 우리나라 동물원에서 태어난 코끼리였답니다. 아빠 가자바는 2018년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났지만 희망이는 엄마 수겔라의 보살핌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답니다.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