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양자역학이라는 과학적 지식 뛰어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돌아보게 하죠

입력 : 2025.01.06 03:30
[재밌다, 이 책!] 양자역학이라는 과학적 지식 뛰어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돌아보게 하죠
슈뢰딩거의 고양희

반-바지. 지음출판사 김영사가격 2만원

평행우주, 시간여행, 인공지능 같은 소재를 다루며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성찰을 하게 하는 SF 단편 만화집이에요. 책은 에르빈 슈뢰딩거의 사고 실험을 의미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조명해요. 책에 등장하는 캐릭터인 '고양희'도, 책의 제목도 모두 이 실험에서 따온 것이지요.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은 양자역학이라는 복잡한 물리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제안된 것입니다. 상자 안에 고양이 한 마리를 넣고, 거기에 방사성 물질과 독이 든 병, 그리고 방사선 감지 장치를 함께 넣는다고 쳐요. 방사성 물질 때문에 독병이 깨진다면 고양이는 죽게 되는 거죠.

하지만 상자를 열어 보기 전까지는 고양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슈뢰딩거는 이 상태를 '중첩'이라고 불렀습니다. 상자를 열기 전까지 고양이는 살아 있는 동시에 죽어 있는 상태로 존재한다는 거죠. 그리고 우리가 상자를 여는 순간, 고양이의 상태가 확정됩니다.

이 실험은 단순히 고양이를 넣고 실험한다는 얘기가 아니에요. 슈뢰딩거의 사고 실험은 우리에게 철학적 질문을 던지죠. '우리가 세상을 관찰하기 전까지, 세상의 상태는 정말로 정해져 있을까?'라는 거죠. 우리가 보는 세상이 고정된 게 아니라, 우리가 관찰하는 순간 그 상태가 확정되는 것이라면, 세상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이상하고 신비로운 곳일지도 모른다는 거죠.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생각할 여지가 있다는 거예요.

책의 주인공은 물리학 교사입니다. 그는 자신의 아픈 딸 '고양희'를 치료하기 위해 냉동고에서 방사선을 쬐게 하는 방법을 선택합니다. 문제는 위험성이 너무 높아 자칫 이 치료로 인해 딸이 목숨을 잃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죠. 직접 방사선 치료를 받기 전까지는 딸의 상태가 나아질지 나빠질지 알 수 없는 거죠. 과연 냉동고 문을 열었을 때, 아버지는 살아 있는 고양희를 만날 수 있을까요?

저자가 제시하는 양자역학 개념은 단순한 과학적 지식을 뛰어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전체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집니다. 상자 속 고양이의 생사라는 개념에서 출발해 인간의 정체성과 생존이라는 상태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주지요. 이 책에 실린 단편 만화들은 과학을 통해 삶을 되묻고 있습니다. "내 선택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와 같은 철학적 고민이 작품 속 캐릭터들의 이야기에 들어 있지요. 책을 읽고 나면 과학적 호기심뿐만 아니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게 될 거예요. 여러분이 과연 어떤 평행 세계에서 이 책을 집어들지 사뭇 궁금해지네요.
김미향 출판평론가·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