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맞춤 여행 계획도 짜주는 'AI 비서'… 사람처럼 스스로 추론해요

입력 : 2024.12.31 03:30

AI 에이전트

/그래픽=유재일
/그래픽=유재일
최근 정보기술 산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분야를 꼽으라면 단연 'AI 에이전트'일 거예요. 2~3년 전까지만 해도 생소했던 AI 에이전트는 이제 인공지능(AI) 분야의 핵심이라고 여겨질 만큼 관심을 받고 있지요. AI 에이전트는 인간이 요구하는 다양한 업무를 처리해줘 일명 'AI 비서'로 불린답니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사랑을 다룬 영화 '그녀(HER)'에 나오는 개인형 비서 '서맨사'와 비슷한 AI 운영 체계인 거죠. 오늘은 AI 에이전트는 무엇이고, 어떤 일을 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생성형 AI와 달리 '맞춤형 답변'해줘요

AI 에이전트란 사람이 할 일을 대신해 자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AI 시스템을 말해요. 에이전트(Agent)는 영어로 '대리인'이라는 뜻이랍니다.

운동선수나 연예인들이 연봉이나 광고 출연 협상을 에이전트에게 맡기는 것처럼, AI 에이전트는 사람을 대신해 많은 일을 해요. 하지만 AI 에이전트가 기존의 AI 챗봇들과 다른 점은 단순히 정해주는 일만 하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예를 들어, 사용자가 AI 에이전트에게 "내일 친구랑 정동진에서 아침 일출을 보고 싶어. 전망 좋은 장소를 알려줘"라고 하면 AI 에이전트는 웹을 검색해서 일출 명소를 알려줄 뿐 아니라 일출 시간, 그곳으로 가는 최적의 이동 동선, 예상 소요 시간까지 계산해 알려줘요. 또 일출을 본 뒤 근처를 둘러볼 수 있다고 판단해 어느 식당에 가면 좋은지 등 여행 계획을 짜줄 수 있죠. 상황을 이해하고 스스로 판단해서 일을 처리하는 거예요.

사용자마다 맞춤 답변을 제공하는 것도 AI 에이전트의 특징이에요. 예를 들어 사용자가 "로밍 요금제를 비교해서 알려달라"고 하면 기존 AI 챗봇은 단순한 답변만 하거나 상담사를 연결해줘요. 반면 AI 에이전트는 사용자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분석해 답변을 내놓습니다. 예컨대, 방문 예정 국가와 기간, 과거 로밍 사용 내역 등 정보를 바탕으로 "가장 저렴한 요금제는 A지만, 고객님은 비즈니스 출장이 많으니 데이터 사용량이 넉넉한 B 요금제가 좋을 것 같아요"라고 대답하는 거예요.

중앙 엔진이 수백만 번 분석

AI 에이전트는 어떻게 이런 능력을 발휘하는 걸까요? AI 에이전트의 두뇌 역할을 하는 '중앙 처리 엔진'이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적절한 행동을 결정하기 때문이에요. 이 엔진은 대형 언어 모델(LLM)을 기반으로 구축된 시스템입니다. LLM은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한 모델인데요. AI가 인간 언어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서 말의 맥락과 문장 내 단어 간의 관계까지 파악할 수 있어요. 따라서 사용자가 원하는 답변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예요. 또 AI 에이전트는 수백만 개 층으로 구성된 '인공 신경망'을 통해 정보의 정확도를 높이죠. 하나의 정보를 찾아내기 위해 수백만 번의 분석을 하는 겁니다.

AI 에이전트는 '챗GPT'처럼 사용자의 요청을 받는 대로 곧장 학습된 데이터에 뛰어들어 정보를 탐색하지 않아요. 사용자가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한 후 실행 계획을 세우죠. 업무 처리 과정을 여러 단계로 잘게 나누고, 어떤 업무부터 처리할지 중요도를 부여해 우선순위를 정한답니다. 단순한 검색 엔진이 아니라, 인간의 의도를 파악해 업무를 처리하는 알고리즘을 갖고 있는 거예요.

결과물 재검토 후 수정하기도

AI 에이전트의 다른 핵심 기능은 '추론'이에요. 예를 들어 볼게요. 사용자가 "11월 수입과 지출 보고서 만들어줘"라고 요청해요. 그럼 에이전트는 이것이 '11월 수입과 지출 데이터를 분석하고, 보고서 형식으로 정리해서 제공해달라'는 의미라는 걸 이해해요. '보고서 작성'이라는 작업을 '데이터베이스에서 수입·지출 정보 가져오기', '주요 지표 계산하기', '그래프 생성하기', '보고서 형식으로 정리하기' 등 작은 단계들로 나누고, 각 단계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최적의 방법은 무엇인지 추론하는 거죠.

이렇게 단계별 계획을 세웠으니 이제 행동에 나설 차례입니다. 행동을 실행할 땐 외부 도구(프로그램)도 함께 사용해요. 이를 테면 '데이터베이스'에서 수입·지출 정보를 가져온 뒤 보고서에 필요한 추가 정보를 찾기 위해 '웹 브라우저'에서 검색을 하는 거죠. 또 데이터 분석 앱을 이용해 계산을 하고, '차트 생성 앱'으로 그래프를 만드는 식입니다. 심지어 다른 AI 모델이나 챗봇도 사용해요. AI지만 마치 사람처럼 마우스 커서를 움직이고, 버튼을 클릭하고, 텍스트를 스스로 입력해 업무를 처리하죠.

작업이 모두 끝나면 AI 에이전트는 사용자가 제시한 목표를 달성했는지 결과물을 검토해요. 여기서 만약 문제를 발견하면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수정해요. 이런 과정을 반복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으면 그때 비로소 사용자에게 결과물을 전달합니다. 놀랍게도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쳐 결과물을 내놓기까지 1분도 채 걸리지 않아요.

현재 여러 국내외 기업이 AI 에이전트 개발에 나선 상황이랍니다. 문자나 음성뿐 아니라 이미지도 인식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하거나, 답변 시간을 줄이는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죠. 전문가들은 수년 내에 일반 사무실에서도 AI 에이전트를 이용해 업무를 처리하는 비중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어요. 이제 사람 대신 AI 에이전트가 문서 작성이나 그래프 제작 같은 업무를 도맡을 수도 있어요. 특히 방대한 양의 의료 기록과 환자 데이터를 분석해야 하는 의료 분야에선 AI 에이전트가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답니다.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윤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