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고립된 남극에서 5개월간 펭귄 관찰하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 고민해요
입력 : 2024.12.30 03:30
펭귄들의 세상은 내가 사는 세상이다
"내가 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관찰이었다."
저자는 미국 해양대기청(NOAA) 소속 생태계 모니터링 연구자로, 남극에서 5개월 동안 펭귄과 물개, 크릴 등 다양한 생물들을 관찰하며 이 책을 썼습니다. 남극은 세상에서 가장 고립된 장소입니다. 저자는 리빙스턴섬 시레프곶의 작은 집을 기지 삼아 매일 밖으로 나가 생물을 관찰합니다. 저자는 펭귄의 번식과 성장, 크릴과 물개의 생태, 기후변화가 남극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기록합니다.
남극의 얼음이 녹는 것은 단지 남극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걸 지금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고, 얼음층이 사라지며, 지구 전체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말이에요. 저자는 펭귄의 삶을 관찰하며 기후변화와 생태계 보존이 왜 중요한지 다시 한번 일깨워 주지요.
남극의 봄이 시작되는 10월 중순이면 펭귄들은 둥지를 만들고 알을 낳습니다. 그리고 여름이 찾아오면 새끼 펭귄들이 알을 깨고 나옵니다. 펭귄들은 먹이를 구하기 위해 더 먼 바다로 나가는데, 저자는 펭귄 몸에 무선 추적기를 부착해 그들의 이동 경로를 기록하지요. 늦여름이 되면 새끼 펭귄들은 무리를 형성하며 둥지를 떠나 독립할 준비를 해요. 새 깃털이 나고 바다로 나갈 준비를 하는 펭귄들은 마치 사람이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성장하는 모습과 닮았습니다.
연구가 마무리되는 가을, 펭귄들은 바다로 나가고 저자는 그간 머물렀던 캠프도 정리해요. 저자는 남극 생태계가 변화하고 있다는 걸 강조하며, 우리가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하죠.
남극은 세계에서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빠르게 받는 곳입니다. 얼음이 녹고, 크릴의 서식지가 줄어들며, 펭귄의 생존 환경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해수면에 얼음층이 형성되지 않으면 바닷물이 태양열을 그대로 흡수해 온난화가 더 심각해지는 연쇄반응이 나타나지요. 남극의 변화는 결국 지구 전체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이 책은 이런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요. 시적인 문장들로 남극의 풍경을 그려내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이유, 생명이 가진 경이로움 등 많은 것을 느끼게 하지요. 저자의 전달 방식은 차분하지만 우리가 생태계를 보존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읽는 이들은 강렬하게 느낄 수 있어요.
'펭귄들의 세상은 내가 사는 세상이다'라는 제목은 책 속 한 문장에서 따 왔어요. 아마도 책을 덮는 순간, 이 문장이 머릿속에 오래도록 남을 거예요. 이번 겨울엔 이 책을 통해 남극의 차가운 바람에서 따뜻한 깨달음을 느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