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엄마와 비슷한 나이가 되어서야 곁에 있던 이들이 준 사랑 깨달아요

입력 : 2024.12.26 03:30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오늘이 왔어

[재밌다, 이 책!] 엄마와 비슷한 나이가 되어서야 곁에 있던 이들이 준 사랑 깨달아요
오진원 지음|원승연 사진출판사 오늘산책가격 1만8000원

"엄마 나이가 되어 보니 알겠어. 엄마처럼 산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나이가 든다는 건 그 사람 얼굴에 감춰진 세월을 읽는 거야."

작가는 자신과 비슷한 나이였을 엄마를 떠올리며, 나이 들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봐요. 작은 일에도 잔소리가 많았던 엄마, 그게 싫었던 딸은 엄마의 곁에서 멀어지려고 마음을 먹기도 했어요. 하지만 깊은 밤 엄마는 어김없이 찾아와 이불을 덮어주며 딸의 얼굴을 오래 쓰다듬었어요. 세월이 흘렀어요. 작가는 요즘 자신의 얼굴을 만질 때가 있다고 해요. 이유는 자신의 얼굴에 남은 엄마를 만나기 위해서죠.

작가는 "나이가 든다는 건 사랑하는 사람의 진심을 천천히 알아가는 거야. (중략) 나를 자신보다 사랑한 당신의 마음을 배우는 거야"라고 말해요. 엄마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가슴이 찡하네요.

지금은 동화 작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크고 작은 콩쿠르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성악가를 꿈꾸었다고 해요. 하지만 어려웠던 집안 형편과 호흡기에 생긴 문제로 음대 진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성악가의 길이 좌절되자 예술적 열정을 고스란히 문학으로 옮겼다고 해요. 저자는 글을 쓰는 순간에는 숨을 참고 있어도 숨이 쉬어지는 것 같았다고 말합니다.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펼쳐지는 이 수필집의 주제는 바로 '사랑'과 '시간'이에요. 특히 나에게 사랑을 주고 세상을 떠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해요. 자신의 그리움이 닳아버릴까 봐 호명조차 속으로 삼키며 아껴둔다는 저자는 절절하고 애틋한 문장으로 떠난 이들에 대한 마음을 표현해요. 자신을 사랑해준 사람들을 기억하는 일은 소중한 사람들에게 받은 소중한 인생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이라며, 사랑에 빚을 진 마음으로 하루를 살자고 말하기도 하지요.

저자는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오늘이 온 건 아닐까? 더 늦기 전에 고마움을 말할 기회를 주려고 내일이 있는 건 아닐까?"라고 말하며, 당장 사랑해야 한다고도 조언해요. 늘 치열하게 경쟁하는 세상의 속도에 맞춰 사느라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우리는 자주 잊는다는 거예요.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우리만의 속도로, 사랑하는 사람과 남은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것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해요. 저자가 조언한 대로 살 수 있다면 나이 들어가는 게 마냥 부정적으로만 느껴지지는 않을 거예요.

그뿐만 아니라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나이가 들어간다는 건 매우 흥미로운 일이기도 하지요. 아직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나이로 살아야 하니까요. 새로운 모험, 가슴 뛰도록 즐거운 도전이기도 할 거예요. 이 책은 바로 이런 지혜로운 삶의 태도를 깨닫도록 도와줍니다.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