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태양 가스층 '코로나'… 한국산 망원경으로 관측한대요
입력 : 2024.12.24 03:30
태양 코로나
- ▲ /그래픽=진봉기
2016년 한국천문연구원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태양 코로나 관측 망원경을 함께 개발하기로 했는데, 8년 만에 성공적으로 설치가 마무리됐어요. 태양 코로나 관측 망원경은 이후 한 달 동안 시험 운영을 거쳤고, 내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코로나 가열과 태양풍 가속의 비밀을 풀자
그런데 '태양에 웬 코로나가 있지'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나요. 무서운 감염병을 떠올리기 쉽지만, 태양의 '코로나'와 '코로나' 바이러스는 단어만 같을 뿐 완전히 다른 개념입니다. 바이러스 표면의 모양이 태양 코로나와 비슷해,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해요.
태양의 코로나는 태양을 둘러싸고 있는 일종의 가스층이에요. 태양은 너무 밝게 빛나기 때문에 평소에는 이 가스층을 맨눈으로 볼 수가 없습니다. 특별한 관측 장비가 없던 시절에는 달이 태양을 가리는 일식 때만 코로나가 보였어요. 이 때문에 코로나가 달의 대기라고 오해하던 시절도 있었죠. 그러다 1842년에 천문학자들이 코로나가 달이 아닌 태양의 대기층이라는 사실을 밝혀냈고, 이후 태양의 코로나는 천문학자들의 오랜 연구 대상이 됐어요.
과학자들이 태양 코로나를 연구하기 시작한 지 100년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풀지 못한 두 가지 수수께끼가 있어요. 바로 '코로나 가열'과 '태양풍 가속'의 비밀입니다. 일반적인 물리학 법칙상 열은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이동해요. 태양 가장 안쪽의 핵은 온도가 섭씨 1500만도나 됩니다. 태양의 표면으로 갈수록 온도가 낮아져서 태양 표면은 6000도 정도예요. 여기까지는 상식적이죠.그런데 태양의 대기층인 코로나는 온도가 100만~500만도에 달해요. 태양 표면보다 핵에서 더욱 먼 대기층의 온도가 훨씬 뜨거운 이유를 아직 과학자들은 찾지 못했어요.
태양풍 가속의 비밀도 과학자들을 괴롭히는 수수께끼예요. 태양풍은 말 그대로 태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입니다. 태양 표면에선 전자나 양성자 같은 다양한 입자가 쏟아져 나와요. 이런 입자들이 태양풍에 실려 우주로 나오는데 태양 근처에서는 초속 수십㎞ 정도의 속도입니다. 그런데 태양 근처를 벗어나면 태양풍이 빠르게 가속되면서 속도가 초속 200~750㎞로 빨라져요. 코로나의 자기장이 태양풍의 속도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가설만 있을 뿐, 태양풍이 왜 태양에서 멀어질수록 오히려 빨라지는지도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합니다.
한국이 만든 망원경, 태양의 비밀 푼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태양 코로나 관측 망원경은 이런 태양 코로나의 비밀을 풀어줄 열쇠입니다. 코덱스(CODEX)라 불리는 이 망원경은 태양의 코로나를 관측하기 위해 특별히 만든 것으로, 세계 최초로 코로나의 온도와 속도를 동시에 측정할 수 있어요.
앞에서 달이 태양을 가리는 일식 때만 맨눈으로 태양 코로나를 볼 수 있다고 이야기했죠. 이 망원경도 마찬가지 원리예요. 일식이 일어난 것처럼 인공적으로 태양면을 가리고 코로나만 관측할 수 있게 만든 망원경이죠. 이런 장비를 코로나그래프라고 하는데, 한국이 만든 코덱스는 현존하는 코로나그래프 중에서도 가장 앞선 장비 중 하나입니다.
지상에서도 코로나그래프로 태양 코로나를 관측할 수 있어요. 하지만 지구 대기권 때문에 관측 결과가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천문연구원과 NASA가 오랜 시간 공을 들여서 코덱스를 우주로 보낸 이유예요.
코덱스는 전체 무게가 220㎏에 달합니다. 코로나를 관측하는 코로나그래프의 무게는 40㎏ 정도지만, 편광카메라와 필터휠, 구동 제어기, 태양 추적 장치 등 딸려 있는 여러 장치를 더하면 무게가 훌쩍 늘어나요. 이런 핵심 부품들을 모두 우리 과학자들이 직접 개발했답니다.
지구 통신·전력망 파괴하는 태양풍
태양은 11년마다 활동이 활발해지는 극대기와 활동이 뜸해지는 극소기를 반복해요. 11년에 한 번씩 태양의 자기극이 뒤집히는데 이 시기에 맞춰 태양 주기가 달라지는 겁니다. 마침 올해부터 태양 활동 극대기가 시작됐습니다. 북극에서나 볼 수 있던 오로라를 올해는 지구 곳곳에서 볼 수 있게 된 것도 태양 활동이 늘어난 덕분이에요.
오로라처럼 낭만적인 변화만 있는 건 아닙니다. 태양에서는 전자나 양성자 같은 입자들이 수없이 방출되고 있어요. 태양 활동이 증가하면 이런 입자도 많이 방출되고 태양풍을 타고 지구까지 날아와 지자기 폭풍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지자기 폭풍은 G1부터 G5까지 5단계로 강도를 나누는데, 강도에 따라 위성과 전력, 통신 인프라에 큰 타격을 줘요. 올해 5월에는 가장 강력한 G5 폭풍이 지구를 덮치기도 했습니다. 태양 코로나는 이렇게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만, 아직까지 우리는 코로나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답니다. 과학자들이 코로나를 계속해서 연구하는 이유예요.
☞코로나
태양 대기의 가장 바깥층을 구성하고 있는 부분. 태양은 중심에서 바깥으로 핵, 복사층, 대류층, 광구, 채층, 코로나로 이뤄져 있다. 중심부인 핵의 온도는 섭씨 1500만도, 태양 표면 온도는 6000도인 데 비해 코로나의 온도는 100만~500만도에 달한다. 코로나의 온도가 표면보다 뜨거운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