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다른 식물에 달라붙어 양분 빼앗은 후 꽃 피우는 기생식물이래요
입력 : 2024.12.23 03:30
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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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삼이 다른 식물을 휘감고 있는 모습. 잎이 없어 스스로 광합성을 할 수 없는 새삼은 다른 식물로부터 양분을 얻는 기생식물이에요. /국립생물자원관
새삼은 한해살이풀로 완전 기생식물입니다. 기생식물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양분을 다른 식물에게서 얻는데요. 기생식물이 침입하는 식물을 '기주식물'이라 합니다. 기생식물인 새삼은 스스로 양분을 만드는 대신 기주식물의 양분을 빼앗아 먹습니다. 새삼의 씨앗에서 나오는 싹은 잎이 없이 줄기만 있어요. 줄기에는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엽록소가 있어 기주식물을 만나기 전까지 얼마간은 스스로 양분을 만듭니다. 그러나 기주식물을 제때 찾지 못하면 줄기는 검게 변하고 죽게 됩니다.
새삼의 줄기는 기주식물을 만나면 단단한 몇 가닥의 줄기를 더 만들어 기주식물을 완전히 휘감습니다. 그리고 기주식물의 줄기에 달라붙은 새삼의 줄기에는 흡입기(하스토리아, haustoria)라는 기생뿌리가 만들어집니다. 흡입기는 식물의 세포벽을 녹이는 끈적이는 물질을 분비해, 기주식물의 세포벽을 뚫고 줄기 속으로 들어갑니다. 흡입기의 끝에서 자란 실 모양의 가는 세포들은 기주식물의 물관과 체관 세포에 연결됩니다. 새삼은 이를 통해 기주식물에게서 필요한 양분을 흡수하지요. 이때 뿌리와 연결돼 있던 줄기는 끊어집니다. 완전한 기생식물이 되는 것이에요.
기생식물인 새삼도 꽃을 피웁니다. 8~9월이면 새삼의 줄기에 앙증맞은 종 모양의 꽃들이 가득 달립니다. 꽃이 지고 나면 씨앗들이 땅으로 떨어져요. 그 많은 꽃과 씨앗들은 기주식물에게서 빼앗은 양분으로 만든 것이지요.
새삼은 공격할 식물을 가리지 않습니다. 다만 공격을 당하는 식물이 새삼에게 저항해 침입을 막을 뿐입니다. 일부 식물은 새삼의 흡입기가 자신의 세포벽을 뚫지 못하도록 줄기를 두껍고 질기게 만들거나, 흡입기의 세포들이 자라지 못하게 하는 특수한 화학물질을 만들기도 합니다. 새삼의 침입을 막아내지 못해, 영양분을 빼앗긴 기주식물은 거의 굶어 죽습니다. 살아남더라도 꽃이나 열매를 제대로 맺지 못하기 때문에 과수원 근처에서 새삼이 번성하면 심각한 경제적 피해가 발생합니다. 더 나아가 새삼이 어떤 병원균에 감염돼 있다면, 새삼을 통해 주변의 모든 기주식물도 감염되는 위험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