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기후와 날씨] 비교적 따뜻한 날에 내리는 '습설'… 무거워서 피해도 커요

입력 : 2024.12.19 03:30

습설과 건설

중부지방에 많은 양의 습설이 내린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인왕산의 눈 덮인 전망대에 눈사람이 놓여 있어요. 수분이 많은 습설은 잘 뭉쳐져서 눈사람 만들기에 적합하답니다. /뉴시스
중부지방에 많은 양의 습설이 내린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인왕산의 눈 덮인 전망대에 눈사람이 놓여 있어요. 수분이 많은 습설은 잘 뭉쳐져서 눈사람 만들기에 적합하답니다. /뉴시스
"펄펄~ 눈이 옵니다~ 바람 타고 눈이옵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렸었던 동요 '눈(펄펄 눈이 옵니다)'을 한 번쯤 들어 봤을 거예요. 그런데 이 동요에 나오는 '눈'은 한 가지 눈이 아니라는 사실, 알고 있었나요? 가사 중에 '하늘나라 선녀님'들이 '송이송이 하얀 솜'이랑 '하얀 가루 떡가루'를 자꾸자꾸 뿌려준다는 부분이 있어요. 단순히 눈을 다양한 표현으로 묘사한 것 같지만, 실제로 '하얀 솜' 같은 눈과 '하얀 떡가루' 같은 눈이 존재한답니다. '송이송이 하얀 솜'은 젖은 눈, 즉 '습설(濕雪)'이고요. '하얀 떡가루' 같은 눈은 마른눈, '건설(乾雪)'이랍니다. 기온에 따라 만들어지는 두 종류의 눈을 노래로 표현한 거예요.

눈은 대기 중의 수증기가 얼어붙어 얼음 결정이 된 뒤 땅에 떨어진 거예요. 폭설이 내리면 수십㎝까지 눈이 쌓이면서 길이 얼어붙어요. 이런 경우 차가 다니는 도로는 꽉 막히고, 지붕이 눈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건물이 붕괴하기도 하지요. 지난달 말 중부지방에 내린 폭설을 기억할 거예요. 당시 서울은 11월 기준으로 117년 만에 가장 많은 적설량을 기록했고요. 경기 남부 지방엔 40㎝가 넘는 폭설이 내려 도로 곳곳에서 교통사고가 나고 시설 붕괴 등으로 사망자도 발생했죠. 이때 내린 눈이 습설인데, 보통 우리에게 큰 피해를 주는 눈이랍니다.

습설은 수분이 많고 응집력이 강한 성질이 있어요. 수분량이 많아서 무게가 무겁죠. 습설은 지면 온도가 0도에 가까운 비교적 따뜻한 날씨에 잘 만들어집니다. 기온이 높을수록 눈송이는 더 많은 수증기를 포함하기 때문에 눈송이가 끈적거리고 물체에 쉽게 달라붙어 잘 떨어지지 않아요. 그래서 눈사람을 만들거나 눈싸움을 할 때 적합하죠. '눈이 무거워봤자 얼마나 무겁겠어?'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가로와 세로가 각각 10m인 정사각형 대지에 20㎝ 두께로 습설이 쌓이면 무게가 약 2.4t이나 된답니다. 이렇게 무거우니 습설이 쌓이면 나무가 부러지고, 전선이 끊어지고, 건축물이 무너져버려요. 눈이 무거워서 제설 작업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습설이 내리는 날엔 운전을 더 조심해야 한답니다.

반대로 건설은 지면 온도가 영하 10도 이하일 때 주로 발생하는데요. 기온이 낮으니 수증기 함유량이 적어서 무게는 습설의 3분의 1 정도예요. 건설은 잘 뭉쳐지지 않아서 눈사람을 만들기 어렵고, 접착력도 약해서 나무에는 거의 쌓이지 않고 평평한 곳에만 쌓인답니다. 덕분에 눈 치우기도 쉬워요.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