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세속적인 음악'으로 여겨졌던 캐럴… 교회로 사람들 모으기 위해 연주했대요
입력 : 2024.12.19 03:30
크리스마스는 왜?
크리스마스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어요. 크리스마스이브에 가족끼리 조용히 집에서 축하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술집에서 파티를 하면서 흥겹게 즐기는 사람들도 많지요. 이렇게 시끌벅적하게 크리스마스 시즌을 즐기는 사람들은 종교적 가치관을 중시했던 과거부터 있었답니다.
19세기 말 영국 성공회 주교였던 화이트 벤슨은 크리스마스이브만 되면 술집에 모여 만취해 주정을 부리는 사람들이 너무나 보기 싫었어요. 그는 크리스마스에 사람들이 술집이 아니라 교회로 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어요. 그러다 기막힌 아이디어를 떠올려요. 크리스마스이브에 열리는 예배에서 캐럴을 연주하기로 한 거예요. 당시 영국에서 캐럴은 종교적인 음악으로 취급되지 않았어요. '캐럴'이라는 단어 자체가 '동그랗게 원을 그리며 추는 춤'이라는 의미로, 민요에서 유래했기 때문이에요.
이에 벤슨 주교는 1880년 크리스마스이브의 정식 예배 때 캐럴을 처음으로 연주했어요. 이후 캐럴이 울리는 예배는 영국 교회의 전통으로 자리 잡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영국의 작가이자 언론인인 저자는 책에서 크리스마스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자랑합니다. 괴짜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지극히 사소한 사실조차 집요하게 파고들죠. 이를테면 저자는 예수의 생일이 왜 12월 25일인지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요. 사실 그 누구도 예수가 실제로 언제 태어났는지 모른다고 해요. 성경엔 관련 기록이 없기 때문이에요.
저자는 2000여 년 기독교 역사의 기록들을 추적합니다. 가톨릭 성인으로 존경받는 인물인 성 키프리아누스는 서기 245년 '부활절 계산에 관하여'라는 책을 통해 3월 25일 예수가 '세상에 왔다'라고 적었어요.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근거는 없었어요. 그는 이날을 예수가 세상에 온 '수태일'로 잡고, 마리아의 잉태 기간인 아홉 달 후를 예수의 탄생 날짜로 계산했는데 그날이 12월 25일이었어요. 크리스마스가 지금의 날짜로 공인된 것은 325년 개최된 '니케아 공의회'에서였습니다. 그러니까 크리스마스는 예수가 태어난 뒤 수백 년이 지나서야 시작된 거예요.
저자는 오늘날 산타클로스 이미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도 알려줘요. 19세기 미국 뉴욕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시즌을 유달리 좋아해 온갖 이벤트를 시도했어요. 그런데 작가 워싱턴 어빙은 이런 모습이 보기 싫어 크리스마스 시즌 풍경을 조롱하는 '패러디 역사서'를 썼다고 해요. 그는 조롱조로 '양말은 아침마다 기적처럼 선물로 가득 차 있었다'고 썼는데, 집필 취지와는 반대로 산타클로스 전설의 시초가 됐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