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후추 알갱이보다 작은 초소형 카메라… 혈관 내부까지 찍죠

입력 : 2024.12.17 03:30

나노 기술

/그래픽=유재일
/그래픽=유재일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류는 그동안 상상만 했던 다양한 공간을 탐험할 수 있게 됐어요. 민간인들이 우주여행을 떠나고, 심해까지 잠수하는 기술들도 발전하고 있죠.

최근 과학계에선 우주나 바다 깊은 곳 말고도 콩알보다 작은 '미니 세계'에 대한 탐험과 개발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답니다. 쌀알 크기만 한 칩을 뇌 속에 넣어 인간의 생각을 읽어내고, 머리카락 굵기보다도 가는 나노섬유로 의료용품을 개발하고 있죠. 눈을 크게 떠도 보이지 않거나, 겨우 보이는 크기의 물체들이랍니다. 오늘은 현대 과학기술이 얼마나 정밀하고 작은 물체들을 만들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칩, 뇌와 컴퓨터를 연결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면 곧장 글로 써진다면 어떨까요? 최근 스위스 로잔 연방공대 연구팀은 뇌의 활동을 실시간으로 글로 바꿔주는 아주 작은 칩을 개발했어요.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할 때마다 뇌에선 '뇌파'라는 전기 신호가 만들어져요.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뇌파 신호가 미세하게 달라진답니다. 과학자들은 이 원리를 이용해 전류가 들어오고 나가는 전극을 머리에 붙이거나 뇌에 심어 뇌 신호를 읽는 방법을 연구했어요.

그 결과 뇌의 전기 신호를 이용해 로봇의 팔을 움직이거나 드론을 조종하고, 심지어는 생각을 글로 바꾸는 데 성공했죠. 이처럼 뇌와 기계를 연결해 상호작용하는 기술을 뇌-기계 인터페이스(BMI·Brain-Machine Interface)라고 불러요.

이번에 로잔 연방공대 연구팀이 개발한 건 'MiBMI'예요. 'Mi'는 소형화(Miniaturized) 됐다는 뜻이죠. 이 칩의 면적은 8㎜²로, 쌀알 하나 크기와 비슷할 정도로 작아요. 2개의 칩으로 데이터 기록과 처리가 이뤄지기 때문에 전력 소모도 적죠. 이전엔 '괴짜 사업가' 일론 머스크가 지름 23㎜, 높이 8㎜의 뇌 이식 칩을 개발해 화제가 됐었는데, 그보다도 훨씬 작은 크기죠.

MiBMI는 한 칩이 뇌 신경 신호를 감지해 기록하고, 다른 칩이 이 신호를 문자로 바꿔주는 역할을 해요. 연구팀은 현재 31개 문자를 읽어내는 데 성공했고, 정확도는 91%에 달한다고 합니다. 모든 생각을 글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글씨를 쓴다'고 생각할 때 나오는 뇌 신호만 집중적으로 추려낸다고 합니다. MiBMI는 의사소통이 어려운 전신마비 환자나 루게릭병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여요.

혈관 촬영하는 초소형 카메라

모래알 하나만큼 작은 카메라도 있어요. 미국의 반도체 회사 '옴니비전 테크놀로지'가 개발한 의료용 카메라 센서 'OV6948'입니다. 이 센서는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0.65㎜, 0.65㎜, 1.158㎜로 후추 알갱이보다 작아요. 손가락에 올리면 마치 점처럼 보이죠. 2019년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작은 카메라 센서'로 기록됐답니다.

이 초소형 카메라 센서를 만들기 위해 반도체를 만들 때 쓰는 '웨이퍼 레벨패키지'(WLP) 기술이 이용됐어요. 웨이퍼라는 큰 원판 위에서 여러 개의 반도체를 한꺼번에 만들어 완성한 뒤 낱개로 잘라내는 방식이에요. 그럼 센서를 하나씩 만들 때보다 작고 정확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OV6948은 4만 화소의 이미지를 촬영할 수 있어요. 또 카메라 센서 뒤쪽에 조명이 있어서 어두운 곳에서도 선명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죠. 한 번에 120도까지 넓게 촬영하고, 촬영한 이미지를 4m 떨어진 곳까지 전송할 수 있답니다. 크기가 작은 만큼 낮은 전력으로도 작동시킬 수 있고, 발열이 적은 점도 장점입니다.

OV6948은 주로 의료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보여요. 우리 몸속에 집어넣어 촬영하는 거예요. 몸에서 가장 좁은 공간인 혈관 속에도 들어갈 수 있답니다.

스파게티면으로 의료용품 만들어

영국에선 머리카락의 200분의 1 굵기인 '나노 스파게티'면이 개발됐어요.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연구팀이 개발한 이 면의 너비는 372nm(나노미터)예요.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랍니다.

이 스파게티 면은 실제 먹는 음식은 아니에요. 전분으로 만든 나노섬유예요. 팬에 올리면 1초도 안 돼 익어버릴 정도로 얇죠. 감자나 고구마를 반으로 자르고 조금 지나면 단면에 흰색 물질이 생긴 걸 볼 수 있는데, 이것이 전분입니다.

이 얇은 면은 다양한 의료용품을 만드는 데 사용된답니다. 면 중간중간에 작은 구멍이 아주 많이 있는 '다공성 구조'를 갖고 있어요. 수분이 잘 통과하면서도, 박테리아는 차단할 수 있어 상처를 치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죠.

이 나노섬유를 이용해 붕대를 만들면 다른 소재로 만든 붕대보다 상처가 더 빨리 아물고, 마스크로 제작하면 외부 바이러스를 잘 막아줘요. 또 뼈가 부러졌을 때 사용하는 지지대로도 사용할 수 있어요.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나노섬유를 아주 얇은 종이 형태로 만들어 다양한 의료용품에 활용할 수 있게 한다고 해요.

머리카락보다도 훨씬 가는 나노섬유는 어떻게 만든 걸까요? 연구팀은 우선 밀가루와 포름산을 섞은 혼합물을 만들었어요. 포름산은 전분의 화학 구조를 분해해 느슨한 형태로 바꿔주는 역할을 해요. 이후 혼합물을 주사기 안에 넣고, 바늘에 전류를 흘려넣어 혼합물이 뭉친 상태로 바늘을 통과하도록 했답니다. 이 과정을 거쳐 지금까지 세상에서 가장 가는 나노섬유를 만들었대요.
이윤선 과학 칼럼니스트 기획·구성=윤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