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산울타리에 빽빽하게 달린 붉은 열매… 겨우내 새들 양식이죠

입력 : 2024.12.16 03:30

피라칸타

위 사진은 붉은색의 피라칸타 열매가 줄기에 빽빽하게 달린 모습. 아래 사진은 흰색 피라칸타 꽃. /김민철 기자
위 사진은 붉은색의 피라칸타 열매가 줄기에 빽빽하게 달린 모습. 아래 사진은 흰색 피라칸타 꽃. /김민철 기자
요즘 공원이나 길거리에서 정말 붉은색 열매가 올망졸망 많이도 달린 나무를 볼 수 있습니다. 지름 5~6mm 정도로 작지만 많은 열매가 빽빽하게 달려 있다면 피라칸타(Pyracantha)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피라칸다, 파라칸사, 피라칸사스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을 나무 열매는 대부분 붉은색을 띱니다. 새들 눈에 잘 띄기 위해서입니다. 피라칸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피라칸타는 놀라울 정도로 많은 열매로 새들은 물론 사람들 눈길도 사로잡습니다.

근래 이 나무가 주변에서 늘어나고 있습니다. 관상용, 조경용, 울타리용 등으로 심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붉은색 또는 황적색 열매가 인상적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도 열매가 많이 달려 줄기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입니다. 남부지방에서 많이 볼 수 있지만 서울 등 중부지방에서도 가끔 볼 수 있습니다. 열매를 자세히 보면 열매 아래에 까만 점이 배꼽처럼 안으로 쏙 들어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피라칸타는 속명(屬名)으로, 원산지가 중국 양쯔강 이남인 종, 남유럽인 종 등 몇 가지가 있습니다. 열매가 대부분 붉은색 또는 황적색이지만 노란색인 종류도 있더군요. 남부지방에서는 겨울에도 잎이 붙어 있는 상록성이지만, 추위에 약해서 중부지방에서는 겨울에 잎을 떨어뜨린다고 합니다.

겨울에 피라칸타 열매 위로 흰 눈이 쌓인 모습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이 열매가 봄까지 달려 있는 것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떫은 맛이 강해 사람은 이 열매를 먹지 않지만 새들에게는 먹이가 부족한 겨울에 좋은 식량이라고 합니다. 새들은 열매를 먹고 소화한 다음 씨앗을 배설해 나무들 의도대로 씨앗을 멀리멀리 퍼뜨려 줍니다.

불타는 듯한 빨간 열매와는 달리 5~6월에 피는 꽃은 백색 또는 연한 황백색입니다. 장미과 식물답게 꽃잎은 5개입니다. 꽃 역시 열매처럼 빈틈없이 피어 또 하나의 장관을 연출합니다. 피라칸타 가지에는 가시가 있습니다. 가시가 있는 점과 가지치기를 세게 해도 잘 견디는 점을 이용해 이 나무로 산울타리를 만들기도 합니다. 이 나무의 영어 이름이 '불의 가시(Firethorn)'인 것은 열매가 불처럼 붉고 줄기에 가시가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속명도 라틴어로 같은 뜻입니다.

겨울엔 피라칸타 못지않게 붉은 열매를 많이 달고 있는 나무가 적지 않습니다. 낙상홍(落霜紅)은 이름 자체에 잎이 떨어지고 서리가 내리는 추운 겨울까지 빨간 열매를 달고 있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적당한 키에 열매가 보기 좋아서 공원이나 정원에 심어 놓은 것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낙상홍과 미국낙상홍이 있는데, 미국낙상홍이 열매를 훨씬 많이 달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엔 미국낙상홍이 더 많습니다. 남천, 산수유, 팥배나무, 마가목, 찔레꽃 등도 붉은 열매를 얘기하면서 빠뜨리면 서운해할 것입니다.
김민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