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체코 대표 작가 '카렐 차페크'의 여행기… 100년 전 스페인의 열정적 모습 담았죠
입력 : 2024.12.16 03:30
조금 미친 사람들
저 멀리 동유럽의 체코 출신 작가 이름을 대 보라고 하면 누가 떠오르나요? '변신'을 쓴 프란츠 카프카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저자 밀란 쿤데라를 떠올릴 거예요. 오늘 소개할 책의 저자 카렐 차페크는 이들과 함께 체코를 대표하는 작가랍니다. 이 책은 차페크가 1920년대 스페인의 모습을 기록한 여행기예요.
"스페인 미술은 인간을 있는 그대로, 또 웅변적인 방식으로 드러내는 것을 특기로 삼았다. 이것이 바로 돈키호테다! 이것이 인간이로다!"
차페크는 단순히 스페인의 풍경을 묘사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스페인이란 국가의 본질을 탐구합니다. 현지 사람들과 나눈 사소한 대화, 그리고 스페인의 예술과 건축에서 느낀 감동을 통해서요. 이 책의 제목은 스페인의 르네상스에 기여한 화가 엘 그레코를 묘사한 문장에서 따 왔어요. "눈이 자신의 비전에 열정적으로 고정된 사람은 모두 조금 미친다." 이 문장은 스페인 사람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카렐 차페크의 인상을 의미하기도 하지요.
차페크의 눈에 비친 스페인 사람들은 열정적이고 활기찼지요. 그는 스페인 사람들을 '대단히 유쾌한 사람들'이라며 그들이 가진 열정과 다양성을 강조합니다. "안달루시아 스타일의 넓은 챙 모자를 쓴 청년, 만틸라를 두른 여성, 귀 뒤에 꽃다발을 꽂고 늘어진 눈꺼풀 아래로 까만 눈동자를 가진 소녀. 그들이 어떻게 서로에게 교태를 부리는지, 그리고 그들의 끊임없는 구애가 얼마나 열정과 품위로 가득 차 있는지 보는 것은 정말 즐겁다!" 또 차페크는 스페인 사람들이 지역마다 갖고 있는 독립적인 정체성과 매력을 강조합니다. 세비야의 활기 넘치는 거리, 플라멩코 공연, 안달루시아의 골목과 정원, 그리고 바르셀로나의 독특한 문화까지. 100년 전 스페인의 다채로운 모습이 우리 눈앞에 그대로 펼쳐지지요.
하지만 스페인의 긍정적인 측면만 부각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는 플라멩코와 투우를 묘사할 때 스페인 문화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면서도, 투우의 잔혹성에 대한 딜레마를 드러냅니다. 그는 투우가 아득한 옛 시절부터 이어져 온 인간과 짐승 사이의 싸움이라고 하면서도, 스페인 사람들이 투우에 동반되는 잔인함을 간과하고 있다고 말하죠. 그는 "투우는 탁월한 민첩성의 묘기와, 멋진 용기를 제공하지만 내게 다음 투우는 없을지도 모른다"라고 합니다.
오늘날 여행은 종종 소셜미디어에서 단순히 '좋아요'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카렐 차페크의 여행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가져요. 여행은 단순히 새로운 장소를 방문하는 것을 넘어 낯선 세계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삶과 가치관을 돌아보게 합니다. 이 책은 이러한 여행의 본질을 깨닫게 해주죠. 저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스페인의 모습을 통해, 다양성의 가치를 이해하고 삶을 열정적으로 대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