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철학·인문학 이야기] 키케로가 말하는 '좋은 우정'의 핵심… 친구는 '또 다른 나', 먼저 좋은 사람 돼야
입력 : 2024.12.10 03:30
라일리우스 우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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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마 시대 제작된 키케로의 대리석 흉상. /위키피디아
키케로는 로마 공화정 시대의 유명한 정치인답게 독재자를 예로 듭니다. 그는 권력과 부(富)를 손에 쥐고 세상을 뜻대로 쥐락펴락합니다. 사람들은 두려워서 고개를 숙일 뿐, 누구도 그를 진정 좋아하지 않아요. 이런 상태에서 독재자는 과연 행복할까요? 누가 자신을 욕하고 해치거나 대들지 몰라 늘 전전긍긍할 뿐입니다. 친구가 없는 삶도 마찬가지겠지요. 키케로는 우정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좋은 친구를 사귈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아요. 돈을 많이 벌면,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친구는 저절로 생기리라 막연히 기대할 뿐이지요. 하지만 정작 재산과 지위, 권력이 생기면 되레 우정을 쌓기가 쉽지 않습니다. 상대가 나를 이용하려고 다가오는지, 나를 진짜 좋아하는지 가려내기가 쉽지 않은 탓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바람직한 우정을 가꾸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합니다.
라일리우스는 한니발을 꺾은 뛰어난 장군 스키피오와 절친이었습니다. 책에서 키케로는 라일리우스의 입을 빌려 스키피오와 맺은 좋은 우정의 핵심이 무엇인지 설명합니다.
먼저 키케로는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라고 말합니다. 그에 따르면, "친구는 또 다른 나"입니다. 비슷한 사람들끼리는 서로 끌리기 마련이지요. 내가 고결한 품성을 갖추었다면, 주변에도 그런 사람이 많아질 겁니다. 키케로는 이렇게도 말해요. "자연이 우리에게 우정을 준 것은 서로서로 악덕(惡德)의 동반자가 아니라 미덕(美德)의 조력자가 되게 하기 위해서였다." 친해지고 싶은 이와 함께 있을 때, 내가 훌륭해지고 행동도 바르게 바뀌는지 살펴 보세요. 그렇지 않다면 그 사람에게서 빨리 멀어져야 합니다. 좋지 않다고 평가 내린 사람과 오랫동안 관계를 맺는다면, 결국 틀어지고 상처받다가 '저 사람은 나쁜 친구야'라는 결론에 이를 뿐입니다.
아울러 키케로는 절교의 기술도 들려줍니다. 관계를 끊을 때는 상처가 되지 않게 조심해야 합니다. 틀어진 관계가 원수 사이로 바뀌지 않도록, 애정이 저절로 꺼져버린 듯 보이도록 애쓰라는 뜻입니다. 물론 절교까지 이르지 않도록 먼저 노력해야겠지요. "스스럼없이 충고하되 호되게 하지 않고, 참을성 있게 충고를 받아들이고 반감을 품지 않아야 한다"고 그는 말합니다.
소셜미디어 등으로 사람들 사이의 연결은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친구는 되레 드물어지지요. '라일리우스 우정론'을 되새기며 진정한 친구를 만들어 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