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고전 이야기] 어른들 보고 환멸감·불신 느낀 주인공… 젊은 독자들에 '반항아 신드롬' 일으켜

입력 : 2024.12.03 03:30

호밀밭의 파수꾼

1951년 출간된 ‘호밀밭의 파수꾼’ 초판본 표지. /위키피디아
1951년 출간된 ‘호밀밭의 파수꾼’ 초판본 표지. /위키피디아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사진>'은 1951년 출간됐을 때 미국 내 몇몇 학교에서 금서로 지정될 정도로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어요. 당시로선 파격적인 소재와 언어를 사용했기 때문이었어요.

유명해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던 저자는 '호밀밭의 파수꾼'의 인기에 당황했다고 해요. 그는 '은둔의 작가'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았어요. 호밀밭의 파수꾼이 유명해진 다음에도 언론 인터뷰를 피했고, 새로운 작품도 거의 발표하지 않았거든요. 이런 작가의 모습은 작품 주인공 '홀든'의 삶과 많이 겹쳐 보인답니다.

16세 소년 홀든 콜필드는 명문 기숙 사립학교를 다니는 부유층 자제예요. 그런데 학교 생활과는 크게 맞지 않았어요. 세 번 퇴학당한 뒤 네 번째 학교에 다니고 있죠. 하지만 이번에도 네 과목에서 낙제점을 받고 퇴학 통보를 받고 맙니다.

홀든은 공부에는 소질이 없는 걸까요? 그가 낙제점을 받는 이유는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학교라는 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예요. 홀든은 어른들의 대화가 모두 가식적이고 거짓말같이 느껴지기만 합니다. 선생님과 친구들 사이에서 홀든은 오히려 고립감과 외로움을 느껴요. 겉으로 보기에 홀든은 변명과 불만이 가득한 학생이죠.

집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며 기숙사에 머물던 중, 홀든은 룸메이트와 다투게 됩니다. 이 때문에 일찍 기숙사를 나와 며칠간 뉴욕의 호텔에 머물기로 하죠. 학교를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고 싶었던 홀든은 뉴욕의 술집과 호텔 등을 다니며 우울한 기분을 떨치려고 하지만, 그에게 찾아온 것은 환멸감뿐이었습니다. 호텔에서 목격한 어른들의 모습은 방탕하고 부정적인 장면뿐이었거든요. 어른들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진 홀든. 그는 어른들의 세상에 들어가지 않으려 발버둥 쳤지만 그럴수록 그 속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어요. 그는 부모와의 갈등을 피해 가출을 결심하지만 여동생 피비를 보며 집을 떠나지 않기로 결정하죠. 홀든은 여동생에게만큼은 애정을 느끼고 있었거든요. 폭풍우 같은 사건들이 지나간 뒤, 홀든은 요양원에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나서 다섯 번째 학교 입학을 앞둡니다. 소설은 새 학교에 들어가기 전 홀든이 과거의 경험을 회상하는 것으로 끝나요.

소설이 출간된 후 젊은 독자들 사이에선 '콜필드 신드롬'이 일어납니다. 주인공 홀든이 일종의 반항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거예요. 소설 중 홀든은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어 아이들을 돕겠다는 말을 합니다. 홀든은 엄격한 아버지와 예민한 어머니 밑에서 자랐어요. 그래서 여동생 피비를 비롯한 다른 아이들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겠다고 했지만, 사실은 자신을 지켜줄 누군가가 필요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저자는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해야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요. 동시에 어른들에겐 '과연 내가 진정한 어른인가' 묻게 하죠. 책을 읽고 난 뒤 저자의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배혜림 창원 창북중 국어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