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생활 속 경제] 금융사 파산해도 국가서 맡긴 예금 돌려줘… 시장 전체 위기로 번지지 않게 막죠
입력 : 2024.11.28 03:30
예금자 보호 제도
A. 어느 날 내가 거래하던 은행이 파산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을 들으면 어떨까요? 혹시 통장에 있는 돈을 돌려받지 못할까 봐 잠을 이루지 못할 거예요. 문 여는 시간에 맞춰 얼른 은행에 뛰어가야 하나 고민도 되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돼요. 예금자 보호 제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금자 보호 제도는 금융 회사가 영업정지나 파산 등의 상태에 빠져도 예금자가 맡긴 원금과 소정의 이자를 보호해주는 제도예요. 은행은 물론이고 저축은행, 보험사 등 일부 제2금융권에 맡긴 예금도 보호 대상입니다. 예금보험공사는 평소 금융사로부터 예금보험료를 받아 기금을 쌓고, 만일의 사태가 생겼을 때 금융사를 대신해 예금을 지급하는 역할을 하지요.
국가는 왜 예금자 보호 제도를 도입한 걸까요? 그건 이 제도가 몇몇 금융사의 부실이 금융시장 전체 위기로 확산하지 않도록 차단하는 안전판 역할을 하기 때문이에요.
1929년 미국에서는 대공황이 일어났어요. 주식시장 붕괴로 시작된 위기는 경제를 마비시켰어요. 사람들이 은행에 몰려가 예금을 한꺼번에 인출하는 '뱅크런'이 빈번하게 일어났고, 은행 수천 개가 도미노처럼 무너졌어요. 위기가 계속 번지는 걸 막으려면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했죠.
그래서 미국 연방정부는 1933년 상설 예금자 보호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어요. 국가가 예금을 늘 보장하기로 약속하자 시민들은 안심하고 은행에 돈을 맡겼고, 금융 시스템도 점차 안정을 찾았어요. 이후 다른 국가에서도 뒤따라 예금자 보호 제도를 도입했답니다.
물론 예금자 보호 제도가 고객의 돈을 무한정 보호해주지는 않아요. 지나치게 큰 금액까지 보호할 경우, 부실하지만 금리는 높게 주는 금융사에 돈을 맡기는 도덕적 해이가 생길 수 있어요. 이런 이유로 각 나라는 경제 규모와 상황에 맞게 보호 한도를 뒀어요. 국회입법조사처의 지난 4월 자료에 따르면 현재 한국, 미국, 일본의 은행 예금자 보호 한도는 각각 5000만원, 25만달러(약 3억5000만원), 1000만엔(약 9000만원)입니다.
조만간 우리나라에서는 예금자 보호 한도를 1억원으로 높이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요. 5000만원이라는 한도는 2001년 이후 줄곧 변함이 없었는데요. 경제 규모가 커지고 화폐 가치가 변했다는 점을 고려해 한도를 높여야 할 필요가 생긴 거죠.
우체국, 새마을금고, 신협 등에 맡긴 돈은 예금자보호법이 아닌 개별법으로 보호받고 있어요. 따라서 예금자보호법과 함께 개별법을 개정해서 예금자 보호 한도를 일치시키는 작업을 국회가 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다만 만에 하나 예금자보호법은 개정됐는데 개별법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우체국, 새마을금고 등은 예금자 보호 한도가 기존대로 유지되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