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나이도 직업도 다른 작가 열두 명의 글… 진솔한 얘기서 '나'를 사랑하는 법 배워
입력 : 2024.11.28 03:30
나의 시간을 안아주고 싶어서
정지우 외 11인 지음|출판사 멜라이트|가격 1만7000원
정지우 외 11인 지음|출판사 멜라이트|가격 1만7000원
이 책은 열두 명의 작가가 각자 3편씩 쓴 글을 모아 놓은 수필집입니다. 유년 시절, 지금의 인생, 언젠가 맞이할 노년을 주제로 썼지요. 작가들의 직업과 나이는 다양합니다. 20대부터 50대까지. 대학생부터 변호사, 카페 사장, 사회복지사, 게임 회사 대표, 임상심리 전문가 등.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걸 좋아한다는 점 말고는 공통점이 없어요. 그러나 서로 전혀 다른 사람들이 모였기에 색다른 인생 이야기들을 많이 읽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이 책의 매력 포인트예요.
작가들은 오랜 시간 공들여 서로의 글을 읽었어요. 격려와 조언을 해주며 함께 글을 썼다고 해요. 이런 과정 덕분에 글을 쓰는 동안 자신의 세계에 갇히지 않고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책에 실린 글들은 모두 저마다의 매력으로 빛나요. 읽다 보면 어떤 일화는 나와 비슷해 깊이 공감이 되기도 하고, 또 다른 일화는 완전히 다른 세계의 이야기라서 흥미롭지요.
1990년대에 태어난 보배 작가는 쌍둥이 오빠의 자전거 뒤에 앉아 가수 조PD의 '친구여'를 신나게 불렀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었다고 회상해요. "동네 할머니들로부터 받았던 소소한 칭찬, 오빠의 맹목적인 배려, 어린 시절의 봄꽃, 땅굴, 잠자리와 함께한 기억들이 현재의 나에게 여전히 단단한 힘을 준다"고 말하죠. 작가는 직장에서 일이 잘 안 풀릴 때도, 세상에 혼자 남은 것같이 외로울 때도 자신이 힘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더없이 행복했던 유년의 기억 때문일 거라고 생각해요.
경남 김해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중년의 정인한 작가는 자신의 청춘 시절을 떠올리며 꿈에 대해 얘기해요. 청춘의 경험 중에 어두운 것이 있다고 해도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면서, 자신이 경험했던 청춘은 "추종이었고, 꿈을 있는 힘껏 부풀리는 것이었고, 거기에 몰두하는 것"이었다고 해요. 그리고 누군가는 결국 그 꿈을 이루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꿈을 이루는 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면서, 그런 사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 또한 청춘의 시절이라고 말합니다.
'멈춰라 순간아, 너 정말 아름답구나'라는 제목의 글도 인상적입니다. 글을 쓴 영원 작가는 작곡과 철학을 전공하는 학생이에요. 그는 20대 학생이지만 여든 살이 된 노년의 자신을 상상해요. 괴테가 '파우스트'를 완성한 나이인 82세가 되면 파우스트를 다시 읽어보겠다고 합니다. "인생의 황금기를 다 보낸 후에, 공원 벤치에 앉아 바람을 맞으며 삶의 어느 순간이 죽음을 감내할 만큼 아름다웠는지 조용히 떠올려보고 싶다"며 자신의 내밀한 소망을 들려주지요.
유년을 기억하고, 현재 자신을 존중하고, 다가올 날들을 꿈꿔보는 36편의 글을 읽다 보면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법을 깨닫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