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눈 떠보니 고양이가 돼버린 여중생… 나와 '다른 존재' 이해할 기회 됐죠
입력 : 2024.11.25 03:30
내 이름은 오랑
하유지 지음|출판사 뜨인돌|가격 1만1000원
하유지 지음|출판사 뜨인돌|가격 1만1000원
둥글게 몸을 만 채 낮잠을 즐기는 고양이를 보고 '냥팔자가 상팔자'라고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이 책은 어느 날 갑자기 고양이로 변한 여중생 '시아'와, 반대로 사람이 된 고양이 '꼬맹이'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에요. 풀밭에서 눈을 뜬 여중생 시아가 자신이 고양이가 됐다는 사실을 깨닫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시아는 자신에게 '오랑'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이전 기억을 되짚어 가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려 해요. 인간, 여자, 중학생, 부모님과 거주했다는 것 외에 이름과 나이, 전화번호, 집 주소 등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거든요. 고양이로 사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어요. 낯선 환경, 불편한 몸, 다른 고양이들의 위협으로 고단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죠.
반면, 고양이였던 꼬맹이는 사람으로 변해 여중생 시아의 일상을 대신 살게 됩니다. 고양이 시절에는 상상도 못 했던 따뜻한 침대와 맛있는 음식, 평화로운 생활을 누리지만, 점차 자유로운 길고양이 시절이 그리워지기 시작합니다.
서로의 삶을 경험한 둘. 시아는 고양이로 살면서 길고양이의 세계가 얼마나 험난한지 몸소 느낍니다. 따뜻한 집과 부모님이 주는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깨닫죠.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원래 몸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을 수 없었어요. 고양이계의 스승 '묘르신'조차 "답은 네 안에 있다"라며 모호한 조언만 할 뿐이었고요.
사람으로 변한 꼬맹이 역시 고양이 시절의 자유가 그리워지면서, 인간의 삶도 마냥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둘은 각자의 경험을 통해 자신이 놓쳤던 행복을 발견하고, 서로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배워요.
나아가 이 소설은 판타지라는 장르를 통해 우리가 평소에 잘 생각하지 못했던 질문을 던집니다. "고양이와 사람은 얼마나 같고 얼마나 다를까?"라는 물음 말이죠. 시아와 꼬맹이의 고민은 결국 다른 사람이나 생명체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들죠.
저자는 길고양이로 살아가는 시아의 경험을 통해 인간이 생각하지 못했던 길고양이들의 삶을 보여줍니다.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리고, 작은 상처 하나로도 생사가 갈릴 수 있는 고양이의 삶은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훨씬 가혹해요. 반면, 인간 세계의 편리함을 경험한 꼬맹이의 시선을 통해선 물질적으로 풍족한 삶이라고 해서 행복한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꼬맹이와 시아가 서로의 입장을 경험하면서 느끼는 감정들은 나와 다른 존재를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요.
100쪽이 조금 넘는 분량과 한 손에 들어오는 작은 크기 덕분에 부담 느끼지 않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에요. 저자 특유의 유머와 감성이 더해져 책장을 넘길 때마다 몰입도를 높여줍니다. 이 소설을 통해 자신과 타인의 차이를 받아들이고, 남을 공감하는 태도를 기를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