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고까운 딱새' '찾는 재미도 없는 박새'… 새 성격·특징 따라 특별한 별명 붙였죠

입력 : 2024.11.21 03:30
[재밌다, 이 책!] '고까운 딱새' '찾는 재미도 없는 박새'… 새 성격·특징 따라 특별한 별명 붙였죠
새는 바보다

매트 크라흐트 지음|김아림 옮김|출판사 메디치미디어|가격 1만8900원


저자 매트 크라흐트는 일러스트 작가이자 새들을 찾아다니는 탐조(探鳥)가예요. 초등학교 4학년 때 선생님 덕분에 새 관찰의 매력을 처음 느꼈다고 해요. 어른이 되어선 아름다운 태평양 바다를 볼 수 있는 미국 북서부 시애틀 근교에 정착해서 새를 관찰하고 글과 그림으로 기록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 책은 지금껏 우리가 본 적 없는 새로운 유형의 조류 도감이랍니다. 저자는 자신의 관찰 경험과 직관에 따라 새들을 매우 독특하게 일곱 가지로 분류했어요. '전형적인 새들' '뒷마당의 꼴통들' '벌새와 딱새, 그리고 괴짜들' '관심병 걸린 새들' '망할 딱따구리 녀석들' '물가의 멍청이들과 꺽다리들' '살상 기계들'…. 책에 이런 말들을 써도 되나 싶을 정도로 전혀 학술적이지 않은 분류예요.

저자는 새들에 대한 일반 설명 외에도 서식 지역과 식별 방법, 새를 관찰할 때 지켜야 할 사항 등도 소개해요. 새들이 묘사된 예술 작품이나 새에 얽힌 흥미로운 지식들도 같이 전달하죠. 새를 관찰하는 즐거움을 최대한 누릴 수 있도록 저자가 고안한 방식이에요. 우리가 새들의 본성을 쉽고도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어요.

심지어 저자는 새마다 별명도 지었어요. 딱새의 한 종류이자 영국의 국조(國鳥)이기도 한 꼬까울새를 '고까운새'(한국어 의역)라고 부르기도 하고, 북방박새에겐 '노잼박새'라는 별명을 붙였어요. 북방박새는 알래스카와 캐나다에 사는 새인데, 색과 모양이 너무 평범한 데다 사람을 쉽게 따르는 성격이라 찾아내는 재미조차 없어서 별명을 '노잼'이라 붙였다네요. 이렇게 소소한 정보까지 적어 놓았으니 일반적인 생물학 도감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이처럼 저자는 새들을 엉뚱한 생명체로 유머러스하게 묘사했는데, '새는 바보다'라는 책 제목도 그런 의미로 지은 것으로 보여요.

새들의 성격과 특징에서 따온 별명과 함께 유머러스한 문장은 독자가 새들의 특징을 고스란히 기억할 수 있도록 도와줘요. '노답노랑부리못난새'라는 별명을 붙인 새의 본명은 남방노랑부리코뿔새예요. 저자는 이런 심한 말로 이 새를 소개해요. "이 새는 누가 봐도 못생겼다. 무척 신난 아이가 새의 부위별 랜덤 박스에서 아무거나 꺼내 조립한 것처럼 보일 정도다."

우리의 동정심을 노린 걸까요? 우리는 저자의 설명과 그림을 보면서 '이 새에겐 정말 예쁜 면이 없을까' 더욱 유심히 살피게 되거든요. 실제 모습이 어떤지 인터넷 검색도 해보게 되고요. 새에게 다가서고, 이해하게 만들며, 생명을 사랑하는 법까지 알려주는 흥미롭고도 유익한 과학책입니다.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