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철학·인문학 이야기] '비교 지옥'이란 병에 걸린 현대 사회… 스마트폰 놓는 디지털 디톡스 필요해
입력 : 2024.11.19 03:30
현대 사회 생존법
- ▲ /위키피디아
하지만 치열한 사회에서 사는 사람들은 어떨까요? 항상 불안과 초조함에 휩싸여 있기 마련입니다. 뒤처져서 잊힐지 모른다는 두려움, 즉 FOMO(Fear Of Missing Out)가 머리에서 떠날 날이 없어요. 우리가 누리는 풍요에는 역설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풍족하게 누리고 편리해지기 위해 개인은 안절부절못하며 쫓기듯 살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스위스 출신 철학자 알랭 드 보통<사진>은 '현대 사회 생존법'이라는 책에서 현대 사회를 일종의 '질병'이라 불러요. 치열한 생존 경쟁이 일상인 상황에서는 누구도 행복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알랭 드 보통은 '현대 사회라는 병'에서 벗어나기 위한 철학적 처방을 내립니다. 먼저, 그는 지금 사람들이 얼마나 압박감을 느끼는지를 물음 두 개로 짚어냅니다. "무슨 일을 하세요?" 우리가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 흔히 던지는 질문입니다. 하지만 옛날에는 "어디서 오셨어요?"라는 질문이 더 많았다고 해요. 직업보다는 어디 출신인지에 더 관심이 많았다는 뜻입니다. 내가 어디서 태어났는지는 나의 업적이나 잘못이 아니지요. 반면,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한 답변에는 내가 성공적으로 이력을 쌓으며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지가 녹아 있습니다. 은연중에 상대방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꼴이지요. 그만큼 현대인들은 다른 이들이 자기를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늘 예민합니다.
17세기 프랑스의 양치기는 루이 14세 왕과 자신의 처지를 견주며 한숨 쉬지는 않았습니다. 신분도 다를뿐더러, 왕의 일상을 접할 기회도 없었기 때문이에요. 현대인들은 어떤가요? 소셜 미디어나 여러 매체에선 끊임없이 잘나가는 이들, 엄청난 부자들, 화려한 인맥을 자랑하는 인플루언서의 삶을 보여줍니다. 이럴수록 사람들은 '비교 지옥'에 빠지고 말아요.
그렇다면 현대 사회라는 질병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알랭 드 보통은 '디지털 디톡스'를 권합니다. 적게 듣고 보아야 합니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공원을 거닐어 보세요. 마주치는 반려동물들과 날아가는 새들은 나의 지위가 높은지, 돈이 많은지 적은지에 전혀 관심이 없어요. 우주와 자연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이 벌이는 모든 경쟁은 하찮기만 합니다. 어렸을 때는 사탕 한 알을 갖기 위해 애를 쓰지만, 어른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자연과 인간의 역사라는 큰 눈으로 볼 때 우리 인생도 그렇습니다. 더 많이 누리며 부러움을 받는 일상이 곧 '좋은 삶'은 아닙니다. 풍요롭고 편안하면서도 너그럽고 행복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현대 사회 생존법'은 다양한 철학 처방전을 들려줍니다. 꼼꼼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