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너와 나'라는 관계의 모습 詩로 담았죠… 혼자라 느낄 때도 타인과 이어져 있어요
입력 : 2024.11.11 03:30
우리는 이어져 있다고 믿어
손미 지음|출판사 문학동네|가격 1만2000원
손미 지음|출판사 문학동네|가격 1만2000원
시인인 저자는 '너와 나'라는 관계가 서로에게 고통과 상처를 줄 때도 있지만, 서로의 삶 속에서 치유와 연결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해요. 타인과 이어지고자 하는 노력이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 거라고요.
이 시집의 제목인 '우리는 이어져 있다고 믿어'는 이러한 저자의 소망을 담고 있지요. '우리는 공간을 메우기 위해 계속 말을 했다 /너와 나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혼잣말을 하는 사람)라는 구절은 멀어진 관계 속에서 계속해서 말을 건네는 '나'의 노력을 그립니다. 여기서 저자는 단절된 것 같은 관계 속에서도 희미하게 이어진 믿음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해요.
시집은 총 4부로 구성돼 있어요.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저자는 '너와 나'라는 관계의 다양한 모습을 탐구합니다. 1부 '마주 보면서 멀어진다'에서는 서로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나'와, 멀리 느껴지는 '너'의 관계를 다뤄요. 떨어져 있는 듯한 두 사람 사이의 간극을 좁히려는 시도가 담겨 있지요. 저자는 '너와 나'라는 관계가 불완전한 모습일지라도, 서로에게 다가가려는 노력 자체가 소중하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우리는 때로 관계 속에서 상처를 받아 서로 멀어지기도 합니다. 시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서로에게 다가가 연결되고자 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2부 '별처럼 터진 몸들에게'에서는 인간관계 속에서 경험할 수 있는 폭력과 상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시인은 타인의 고통을 헤아리며, 때로는 그것이 우리에게 상처를 남길지라도 서로에게 다가가는 의미를 찾고자 해요. 특히 "괴롭히는 사람은 언제부터 괴롭히는 사람이 되었을까?"(이어지는 사람)라는 질문을 통해, 인간에게 필연적으로 생기게 되는 폭력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친구 관계나 가족 안에서 마주할 수 있는 갈등과 상처에 대해 생각해 보세요.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거나 상처받은 경험은 몸서리치게 고통스럽지만 결국에는 그 관계를 이해하고 앞으로 나아갔던 순간들이 분명 있었을 거예요.
저자에게 시는 관계의 아픔을 기록하는 과정이자 관계가 계속되길 바라는 소망입니다. 3부 '잉크는 번지고 커지고 거대해져'를 지나 4부 '세계의 빙과들이 녹는다'에 다다르면, 연결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시들을 마주할 수 있어요. 시 '마지막 얼음'의 "우리는 서로 알고 있는 것 같다"라는 구절을 통해선 외로움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 이어져 있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비록 그 연결이 희미할지라도 말이죠.
저자는 연결된 '나'와 '너'가 결국 '우리'가 되어가는 여정을 시로 그려냅니다. 세상 끝의 벼랑에서도 "팔을 뻗으면 이어지는 것이 있다"는 것이지요. 때로 스스로가 홀로 남겨졌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을 거예요. 깊은 외로움의 순간에도 우리는 결국 누군가와 이어져 있다는 희망과 위로를 이 시집을 통해 얻을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