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상상력으로 예술작품을 보는 시각장애인… 예술은 스스로 내면 들여다보는 성찰이죠
입력 : 2024.11.04 03:30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예술을 보러 가다
일본의 논픽션 작가인 저자는 전맹(시력이 0으로 빛도 지각하지 못하는 시각장애)인 시라토리 겐지와 함께 2년 넘게 일본 각지의 미술관을 다니며 예술 작품을 감상합니다. '눈으로 보는 것이 불가능한 시라토리가 어떻게 예술 작품을 감상할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이 여정은 시각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예술 감상 방식을 알려주죠.
시라토리는 선천적인 전맹으로 자신의 눈으로 무언가를 본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그는 맹학교를 졸업한 뒤 자연스럽게 안마사 자격증을 취득하지만, '맹인 사회' 바깥을 보고 싶다는 열망을 갖게 되죠. 우연히 관람한 레오나르도 다빈치 전시를 계기로 그의 삶이 달라진답니다. 미술 관람에 재미를 느끼고 다양한 전시를 보러 다니기 시작한 거예요.
시라토리는 작품을 직접 보지 못하기 때문에 동행하는 사람이 작품을 설명해주면 이를 듣고 자신의 상상력으로 작품을 재구성합니다. 시라토리는 우연히 미술관 관람을 함께 하게 된 저자와도 끊임없는 대화를 나누며 다양한 해석을 시도하지요. 그림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이해하기 쉽지 않지만, 그 이해의 과정 자체를 즐기는 거예요. 저자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 예술은 단순히 시각적인 경험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이 만나면서 새롭게 탄생할 수 있는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술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선 예술 지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품 해설서나 미술관의 해설자에게 의지하며 '어떻게 작품을 봐야 하는지'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저자와 시라토리는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강조합니다. 예술 감상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정답을 아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경험과 감정을 토대로 자유롭게 느끼고 표현하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저자는 "작품에서 무언가를 느끼거나 의미를 찾는 것은 관람자의 몫"이라며, 예술은 자기만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거울과 같다고 말합니다.
시라토리와 저자가 작품을 감상하는 과정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각자의 관점을 존중하는 방법을 찾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책을 통해 장애를 바라보는 사회 통념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해요. 세계 많은 사회에서 '장애인은 불행하다'는 관념이 뿌리 박혀 있고, 그들을 도움이 필요한 대상으로만 생각하곤 하죠. 하지만 시라토리 같은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그저 '다가가서 함께 있는 것'입니다. 저자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그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깨달음을 말하죠.
예술 작품은 인생의 여러 시기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예술 작품을 자신만의 느낌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 예술 감상은 단순히 어떤 대상을 감상하는 행위가 아니라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성찰의 시간이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