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사라지는 빙하 지키기 위해… 100m 높이 '수중 커튼' 세워요

입력 : 2024.10.29 03:30

해저 커튼·우주 차단막

/그래픽=진봉기
/그래픽=진봉기
기후변화로 지구가 점점 더워지고 있다는 뉴스를 많이 봤을 거예요. 최근 세계기상기구(WMO)가 발표한 보고서가 화제가 됐는데요. 지구 기온이 점점 올라 작년이 역대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다고 합니다. 작년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1850~ 1900년)보다 섭씨 1.45도 높았다고 합니다.

지구 기온이 높아지면서 북극이나 남극 같은 극지방의 얼음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어요. 그래서 최근엔 얼음이 녹는 것을 막기 위해 빙하 근처에 거대한 '해저 커튼'을 설치해 따뜻한 해류를 막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답니다. 오늘은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과학기술을 알아봅시다.

점점 빨리 녹는 '지구 종말의 빙하'

극지방의 얼음은 얼마나 빠른 속도로 녹을까요?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세계 해빙(바다 얼음) 면적은 2200만㎢로 1991~2020년 평균보다 약 11% 줄어들었다고 해요. 46년 전 관측을 시작한 이래 역대 둘째로 작은 해빙 면적이라고 합니다. 영국 리즈대 연구팀은 1994년부터 2017년까지 세계 빙하 28조t이 녹았다고 발표했죠.

얼음으로 뒤덮인 남극 대륙을 살펴볼까요. 남극 대륙은 두께 수천m 빙하로 덮여 있어요. 그중에서 서남극 일부 지역은 해발고도가 해수면보다 낮기 때문에 기후변화 영향을 크게 받죠. 빙하가 따뜻한 바닷물과 만나서 녹을 수 있는 불안정한 지역이 많은 거예요. 특히 서남극의 초대형 빙하 중 하나인 '스웨이츠 빙하'가 대표적이에요. 이 빙하가 녹을 경우 지구가 재앙을 맞는다는 의미에서 스웨이츠 빙하는 '지구 종말의 빙하'라고 해요.

스웨이츠 빙하는 면적이 약 19만2000㎢나 돼요. 한반도 면적(약 22만㎢)과 비슷하죠. 과학자들은 이 빙하가 모두 녹으면 지구 해수면이 65cm쯤 높아지고, 서남극 얼음층 전체가 녹으면 3m까지 높아져 해안 도시들이 바다에 잠길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이 빙하가 녹는 속도는 2010년대 들어 1990년대의 두 배로 빨라졌다고 합니다.

해저커튼, 난류 70% 막아

핀란드 라플란드대 존 무어 교수는 빙하가 녹는 속도를 늦추기 위해 2018년 '해저 커튼'을 제안했어요. 해저에 인공 장벽을 세워 난류가 닿지 않게 빙하를 보호하자는 거예요.

스웨이츠 빙하 앞 바다에선 해류에 따라 따뜻한 물(난류)이 깊은 곳으로 흐르고 차가운 물(한류)은 위쪽으로 흘러요. 빙하 쪽으로 난류가 흐르면 빙하 아랫부분을 서서히 녹이겠죠. 무어 교수는 빙하 앞에 해저 커튼을 세우면 난류가 빙하로 접근하는 걸 막을 수 있고, 그러면 얼음 녹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봤어요. 창에 커튼을 달아서 햇빛을 가리는 것처럼요.

무어 교수는 남극 스웨이츠 빙하에 해저 커튼을 설치하는 컴퓨터 실험을 했어요. 빙하 근처 해저면에 커튼을 고정하는 구조물을 설치하고, 높이 100m, 길이 80㎞짜리 수중 커튼을 설치하는 거예요. 그랬더니 해저 커튼이 난류의 약 70%를 막았대요.

올해 초 영국 케임브리지대는 무어 교수가 내놓은 해저 커튼 아이디어 검증에 나섰답니다. 해저 커튼이 차단한 난류가 다른 해역으로 흘러들어 부작용이 생길 우려도 있는 만큼, 해양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계산하고 있어요. 길이 80㎞로 해저 커튼을 설치하려면 50조원 이상이 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해수면 상승에 따른 피해 금액보다는 작다는 것이 과학자들 주장이에요. 다만 해저 커튼은 해류를 견딜 만큼 튼튼해야 하고, 정확한 위치에 설치해야 효과를 볼 수 있대요.

물론 해저 커튼이 빙하를 보존할 완전한 예방책은 아니에요. 난류를 막더라도 결국 지구 온도가 계속 높아지면 빙하가 녹으니까요. 해저 커튼은 세계 여러 나라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동안 빙하 손실을 줄이는 임시 대책인 거예요.

지구와 태양 사이 차단막 띄워

우주에서는 지구와 태양 사이에 차단막을 설치해 지구 온도를 낮추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어요. 태양빛을 차단해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 에너지를 줄이는 방법인데, 우주에 파라솔을 띄운다고 생각하면 쉬워요. 이 기술은 현재 이스라엘 테크니온공대의 요람 로젠 교수 연구팀이 개발 중이에요. 자금이 확보되면 3년 안에 시제품을 만들어 우주로 쏘아 올릴 계획이래요.

우주에 설치할 차단막은 넓이가 약 259만㎢, 무게는 250만t이에요. 한반도의 10배가 넘는 크기예요. 차단막이 설치되는 곳은 지구와 태양 사이 '제1 라그랑주점(L1)'이에요. 지구에서 약 150만㎞ 떨어져 있는 이곳은 지구와 태양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기 때문에 차단막이 제자리에 있을 수 있어요.

차단막을 설치하면 지구가 받는 태양 빛을 2% 정도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햇빛 일부를 막아 지구엔 희미한 그림자가 지게 된다고 해요. 과학자들은 햇빛 2%만 차단해도 지구 온도를 1.5도 정도 낮출 수 있다고 예측합니다. 물론 인류가 화석연료 사용을 꾸준히 줄여나가야 지구 온도를 더 낮출 수 있겠지요.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윤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