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회초리·소쿠리·싸리비 재료… '싸리' 이름 들어간 식물만 90여 종
입력 : 2024.10.28 03:30
싸리
- ▲ 7~8월에 피는 싸리 꽃은 분홍빛이 도는 보라색이에요. /국립생물자원관·표준국어대사전
싸리는 콩과(科) 싸리속(屬)의 낙엽 활엽 관목입니다. 싸리는 전국 양지바른 산 초입부에서 흔히 볼 수 있어요. 뚜렷한 중심 줄기 없이 여러 줄기 다발이 2~3m 높이까지 자라며, 줄기 윗부분은 몇 개의 잔가지로 갈라진답니다.
싸리는 형제도 많아요. 이름에 '싸리'가 들어가는 식물이 90여 종이에요. 조록싸리, 참싸리 등은 싸리와 같은 싸리속 식물이고요. 족제비싸리, 전동싸리 등은 다른 속 식물이에요. 물싸리(장미과), 광대싸리(대극과) 등 싸리와 전혀 다른 과 식물도 있습니다. 댑싸리도 아예 다른 과에 속해요. 그런데 모양이 싸리 가지를 묶어 만든 빗자루인 싸리비<작은 사진>와 닮았고, 또 싸리비 대용으로 사용한다는 뜻으로 댑(대용)싸리로 불립니다. 옛날 사람들은 줄기가 가늘고 키가 작은 덤불을 보면 자신들이 잘 알고 있는 싸리에 빗대어 불렀던 거예요.
싸리잎은 보통 3장으로 구성돼 삼출엽(三出葉)이라 불려요. 잎 크기와 모양은 싸리속 식물들을 구분하는 기준 중 하나예요. 싸리잎은 동글동글하고, 잎끝이 살짝 들어가 있습니다. 가운데 잎은 다른 두 장보다 큽니다. 잎자루가 길어 전체적으로 헐렁한 느낌이 있답니다.
분홍빛이 도는 보라색 싸리꽃은 7~8월에 핍니다. 밤꽃마저 지고 난 여름, 자잘한 싸리꽃이 무더기로 피면 수많은 벌 떼가 싸리 주위로 모여듭니다. 이 벌들이 싸리꽃을 포함해 다양한 야생화를 옮겨다니며 모은 꿀이 바로 잡화 꿀이라고 불리는 야생화 꿀이에요.
싸리는 경사진 산비탈, 흙이 무너져 내린 곳, 산불이 난 곳 등 토양이 척박하고 불안정한 곳에서도 잘 자랍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싸리가 속한 콩과 식물의 공생 능력 때문인데요. 콩과 식물의 뿌리혹 속에 살고 있는 세균(박테리아)은 공기 중 질소를 이용해 식물에게 정말 중요한 영양분을 만들어 줍니다. 식물은 그 대가로 광합성으로 만든 영양분을 이 공생균에게 주죠. 공생균이 싸리에게 준 풍부한 질소 영양분은 낙엽에도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인근 토양을 빠른 시간에 비옥하게 만듭니다.
도시에서는 싸리를 보긴 어렵지만, 요즘 같은 가을에 근교로 드라이브를 떠난다면 창문 밖 풍경을 유심히 살펴보세요. 도로를 만들기 위해 산을 깎은 곳에 종종 싸리가 자라고 있어요. 노랗게 물들어 가는 싸리 잎과 쌀알처럼 떨어진 싸리 꽃을 볼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