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파리 노트르담 성당 옆 신비로운 저택… 그곳에 숨겨진 비밀 이야기 찾아나서죠

입력 : 2024.10.24 03:30
[재밌다, 이 책!] 파리 노트르담 성당 옆 신비로운 저택… 그곳에 숨겨진 비밀 이야기 찾아나서죠
빛이 이끄는 곳으로

백희성 지음|출판사 북로망스
가격 1만8800원

저자 백희성은 아시아인 최초로 프랑스 최고 건축상 중 하나인 '폴 메이몽 건축상'을 받은 건축가예요. 저자는 프랑스에서 활동하며 파리의 오래된 집들을 찾아다녔다고 해요. 길을 걷다가 오래되고 아름다운 집이 보이면 '당신의 집 속에 담긴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라고 쪽지를 적어 우편함에 넣었대요. 놀랍게도 이 편지에 응답한 주인들이 있었고, 덕분에 저자는 파리의 역사와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집들을 구경할 수 있었죠. 이 소설은 건축가의 이런 경험과 상상을 바탕으로 쓰여졌답니다.

주인공 이름은 뤼미에르. 그는 파리에서 활동하는 건축가죠. 어느 날 그는 부동산 업자에게 파리의 한 오래된 저택을 굉장히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소식을 들어요. 파리를 가로지르는 센강 중간에 있는 시테섬의 저택이었죠. 노트르담 대성당도 이 섬에 있답니다. 저택을 방문한 뤼미에르는 곧장 신비로운 분위기에 빠져들어요. 다만 저택을 사기 위해선 집주인이 내건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했습니다. 먼저 저택을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둘째는 직접 집주인을 찾아와 만나야만 거래를 하겠다는 것이었죠. 저택의 주인은 피터 왈처라는 사람이었어요. 파리와는 멀리 떨어진 스위스 루체른의 요양병원에 있었죠.

저택에 매료된 뤼미에르는 구불구불한 알프스 산길을 올라 요양병원으로 향합니다. 병원은 파괴됐던 중세 수도원을 현대식으로 개조한 건물이었어요. 병원 입구에 들어선 뤼미에르는 왈처씨를 찾지만, 오늘은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만날 수 없다는 답을 듣습니다. 파리로 돌아갈 교통편도 마땅치 않았던 뤼미에르는 요양병원에 머물기로 결정해요. 그러곤 건축가답게 신비로운 분위기의 병원을 찬찬히 살펴보죠. 건물을 둘러보던 그는 건물의 이름이 '4월 15일의 비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이 병원을 지은 사람이 왈처씨의 아버지인 '프랑스와 왈처'라는 것도 발견해요. 마침 그날은 4월 14일. 그러니까 하루만 지나면 건물 이름과 같은 날짜인 거예요. 다음 날이 되자 뤼미에르는 빛이 물결치는 병원 건물을 목격하게 됩니다.

이후 뤼미에르는 시테섬 저택의 소유권을 넘겨받아요. 그는 이 저택 역시 스위스 요양병원 건물과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피터 왈처와 프랑스와 왈처, 이 부자 사이의 사연과 기억이 두 건물 속에 숨겨져 있습니다. 소설은 공간 속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며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답니다.

"프랑스와 왈처를 통해서 느낀 것은 불편하고 부족해 보이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저마다의 깊은 사연을 담고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이 짧은 한 문장에 소설의 메시지가 함축되어 있어요. 공간은 물질만이 아니라 사람의 기억과 이야기로도 채워질 수 있으며, 그런 곳이야말로 가장 온전한 '사람의 공간'이라는, 저자의 예술관을 담은 소설이에요.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