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외발가락·두발가락·세발가락… 발가락 개수 따라 덩치도 달라요

입력 : 2024.10.23 03:30

암피우마 도롱뇽

미국에서 가장 큰 도롱뇽인 두발가락 암피우마예요. 다 자란 몸 길이가 1.2m에 이른대요. /위키피디아
미국에서 가장 큰 도롱뇽인 두발가락 암피우마예요. 다 자란 몸 길이가 1.2m에 이른대요. /위키피디아
얼마 전 미국 어류야생동물보호국에서 희한하게 생긴 동물 사진 한 장을 소셜미디어에 올렸어요. 길쭉한 몸에 어두컴컴한 색깔. 피부는 축축한 물기로 번들거렸죠. 물에서 방금 건져올린 뱀장어처럼 보였어요. 그런데 사진을 자세히 보니 몸의 앞부분과 뒷부분에 보일락 말락 하는 아주 자그마한 네 발이 붙어 있었어요. 미국 동부 지역에 살고 있는 도롱뇽인 암피우마랍니다.

대부분 도롱뇽은 길쭉한 몸에 네 발이 달려 있고 기다란 꼬리가 있어요. 발가락은 네개 또는 다섯 개고요. 그런데 암피우마는 가까이서 봐야 작은 발이 보여요. 발가락 숫자도 1~3개고요. 이런 생김새 때문에 미국에서는 아예 '콩고 뱀장어(congo eel)'라는 별명까지 붙었어요. 장어의 한 종류인 붕장어(conger eel)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보여요. 암피우마는 발가락 숫자에 따라서 세 종류로 나뉜답니다. 그중 두발가락암피우마는 다 자라면 몸길이가 1.2m에 이르는, 미국에서 가장 큰 도롱뇽이에요. 세발가락암피우마가 80㎝로 그다음으로 크고요. 외발가락암피우마는 40㎝로 제일 작죠. 암피우마는 공룡들이 세상을 호령하던 6500만년 전에 나타나 지금껏 별로 모습이 변하지 않았어요. 이 때문에 양서류가 어떻게 진화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도 할 수 있죠.

이들은 여느 양서류들처럼 물과 뭍을 오가며 살아가는데 축축한 습지나 흙이 두껍게 쌓여 있는 웅덩이를 특히 좋아해요. 작은 네 발로 물속에서 엉금엉금 기어다니기도 하고, 보금자리 삼을 구덩이를 파기도 해요. 암피우마의 자그마한 두 눈은 따가운 햇빛에 매우 취약하대요. 그래서 낮 시간에는 그늘진 곳에 있다가 어두워지면 나와서 먹이를 찾죠.

동글동글하고 물컹물컹하게 생겼지만 물리면 아주 아프대요. 가재나 다슬기·달팽이·물고기 등을 골고루 먹죠. 그래서 암피우마가 번성하고 있다는 건 늪지와 숲속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걸 뜻하기도 하죠. 천적은 너구리·뱀·거북이 등이에요.

대부분의 양서류는 물컹물컹한 알에서 태어나 성체로 성장하는데요. 이 시기를 유생(幼生)이라고 불러요. 개구리나 두꺼비 유생인 올챙이는 성체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태어났다가 차츰 비슷하게 변해가는데요. 도롱뇽의 유생은 성체와 상대적으로 비슷한 편이랍니다.

양서류들은 보통 물속에 알을 낳지만 암피우마는 물과 뭍의 경계인 축축한 진흙 습지에 알을 낳아요. 다른 양서류보다 성장 속도가 느린 편이랍니다. 가장 덩치가 큰 두발가락암피우마는 알에서 부화하는 데만 다섯 달이 걸리고, 번식을 할 수 있는 완전한 성체가 되려면 암컷은 세 살, 수컷은 네 살이 돼야 해요. 암컷은 알이 부화하기 전까지 곁에서 돌본답니다.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