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해발고도 8848m 에베레스트산, 지금도 높아지고 있대요

입력 : 2024.10.22 03:30

에베레스트산

/그래픽=유재일
/그래픽=유재일
얼마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 에베레스트 등정에 나섰다가 1924년 실종된 한 산악인의 유해가 발견됐어요. 영국 산악인 앤드루 어빈으로 추정되는 유해였는데요, 산악계에선 그 근처에서 그의 카메라도 발견할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답니다. 만약 어빈이 산 정상에서 찍은 사진이 카메라에 남아 있다면, 에베레스트 최초 등반 기록이 30년 가까이 앞당겨지게 되거든요. 어빈은 정상을 약 200m 남겨둔 지점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됐어요.

해발 고도 8848m인 에베레스트산은 산악인들에겐 꿈과 같은 산이에요. 그런데 이 산이 매년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 알고 있었나요? 에베레스트는 지난 9만 년 동안 히말라야산맥의 다른 봉우리에 비해 유독 높아졌고, 지금도 매년 높아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답니다. 오늘은 에베레스트가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이 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원리로 높아지고 있는지 알아볼게요.

인근 강이 높은 에베레스트산 만들었어요

에베레스트산은 아시아 중부에 펼쳐져 있는 거대한 산맥, 히말라야에 있습니다. 히말라야는 인도와 파키스탄 경계 부근에서 시작돼 중국 서남쪽에 있는 윈난성 부근까지 이어진답니다. 산맥의 평균 해발고도가 5000m에 달해 '세계의 지붕'이라고 불려요.

히말라야엔 에베레스트 말고도 높은 산이 여럿 있습니다. 이웃한 카라코람산맥의 K2(8611m)를 비롯해 칸첸중가(8586m), 로체(8516m), 마칼루(8463m)처럼 해발고도 8000m 이상인 산만 14개죠. 이 산들을 '히말라야 14좌'라고 부릅니다.

최근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과 중국 지질대 공동 연구팀은 에베레스트가 다른 히말라야산맥 봉우리에 비해 높은 원인을 분석했어요. 연구팀에 따르면 에베레스트 주변을 흐르는 하천의 모습이 달라지면서 에베레스트의 높이에 영향을 줬다고 합니다.

하천과 산 높이는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요? 연구팀은 8만9000년 전 에베레스트 동쪽에 있는 아룬강과 그 인근에 있는 코시강이 합쳐지면서 에베레스트 인근 지반의 흙과 돌을 수십억 톤 깎아냈다는 것을 밝혀냈어요. 하천과 강은 산이 있는 상류에서는 지반을 침식시켜요. 그리고 바다로 이어지는 하류 부근에 침식물을 퇴적시킨답니다. 이렇게 에베레스트 인근 지반은 침식으로 인해 가벼워졌고, 다른 지역에 비해 솟아오르기 좋은 상황이 됐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에요. 연구팀은 인근 지반의 질량 변화를 기준으로 산의 높이가 어떻게 변하는지 측정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진행했어요. 그 결과 지반이 가벼워진 덕분에 에베레스트가 15~50m가량 더 높아질 수 있었을 거라고 봤답니다. 지반이 가벼워진 것과 높이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지구 내부 움직임이 산 밀어올려요

우리가 딛고 사는 땅은 아주 단단하지만 수백, 수천㎞ 깊이 들어가면 전혀 다른 상태가 됩니다. 지구 내부로 들어갈수록 온도는 점점 높아져요. 단단한 암석도 녹아 화산이 분출할 때 흘러나오는 용암처럼 된답니다. 당연히 움직일 수도 있어요.

대류 현상이라는 말을 들어봤을 거예요. 뜨거운 물질은 높이 올라가려고 하고, 차갑게 식은 물질은 아래로 가라앉는 현상을 말하죠. 지구 내부에서도 대류 현상이 일어납니다. 지구 중심과 가까이에 있는 뜨거운 물질은 지표 부근으로 올라오고, 지표 부근에서 식은 물질은 지구 중심을 향해 서서히 내려가요.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단단한 지반(지각)도 이에 따라 조금씩 움직이죠. 지구 표면을 덮고 있는 지각은 몇 개의 덩어리로 나뉘어 있습니다. 이를 '판'이라고 부르는데요. 판은 지구 내부 움직임에 따라 서로 충돌하기도 하고 나뉘기도 한답니다.

에베레스트산은 인도가 있는 '인도판'과 아시아 지역의 '유라시아판' 경계에 있어요. 이 두 판은 지금도 지구 내부 움직임에 따라 부딪치고 있답니다. 인도판이 유라시아판 아래로 밀려들어 가면서 지각의 높이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겨요. 게다가 침식으로 인해 가벼워진 지반은 더 쉽게 위로 솟아오르죠. 그 때문에 두 판의 경계에 있는 에베레스트산은 매년 3~5㎜ 정도씩 높아진다고 합니다. 반대로 지각 활동에 따라 산 높이가 낮아질 수도 있어요. 히말라야산맥은 두 판이 충돌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지진도 잦은 곳입니다. 2015년 규모 7.8의 네팔 대지진처럼 큰 지진이 나기도 하죠. 이런 큰 지진은 산 높이에 영향을 주는데요. 과학계 일부에선 큰 지진이 일어날 땐 반대로 지각이 압축되며 2.5~3㎝ 정도 높이가 낮아질 수도 있다고 말해요.

GPS로 높이 측정해요

에베레스트산의 높이는 어떻게 측정하는 걸까요? 1856년 영국에서 에베레스트의 고도를 측정했을 때는 8840m였는데, 1955년에 인도에서 측정한 높이는 8848m였습니다. 1999년 미국이 측정한 높이는 얼음과 눈을 포함해 8850m였습니다. 짧은 시간에 그만큼 높아진 걸까요?

1856년과 1955년에는 삼각측량법을 이용했습니다. 삼각형의 한 변의 길이와 이 변 양 끝의 각도를 안다면 나머지 변의 길이를 알 수 있는 삼각형의 원리를 이용한 거죠. 하지만 100㎞ 이상 떨어진 곳에서 측정하는 만큼 오차가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1999년 미국에선 GPS(위성항법장치)를 이용해 높이를 쟀어요. GPS 수신기와 위성이 신호를 주고받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이용해 높이를 계산하는 거예요.

가장 최근에 측정한 에베레스트산의 높이는 8848.86㎜입니다. 2020년 중국과 네팔이 GPS와 삼각측량법을 조합해 쟀답니다. 그동안 기술이 발전하면서 더 정교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된 거예요.
오가희 과학 칼럼니스트 기획·구성=윤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