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좋아' 대신 '즐거워' '행복해' '만족해'… 폭넓은 어휘력이 문해력 키워준대요
입력 : 2024.10.17 03:30
문해력 특강
"'족보'를 족발보쌈세트라고 알고 있는 학생이 있더라고요." "사건의 시발점이라고 하니 욕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최근 한국교총이 실시한 문해력 실태 조사 결과가 보도되면서 '문해력'이 다시 화제가 됐어요. 단어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황당한 오해가 벌어진 건데요. 교사 대부분이 과거에 비해 학생들의 문해력이 낮아졌다고 답했다는 설문 결과도 있었답니다. 최근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는 문해력은 무엇이고, 우리는 어떻게 문해력을 기를 수 있을까요?
이 책을 쓴 두 저자는 모두 교육학자이며 대학에서 국어교육학을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저자들은 오늘날을 '문해력 위기의 시대'라고 진단하면서, 문해력이란 문자를 통한 '의사소통 능력'이라는 것을 강조해요. 문해력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독해력'과는 달라요. 문해력은 자기 생각과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능력까지 포함한답니다.
저자들은 글을 읽는 독자는 '능동적인 존재'라고 설명합니다. 독자는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이 가진 배경 지식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의미를 찾고 만들어간다는 거예요. 저자들은 글을 읽을 때마다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최대한 활용해보라고 말합니다. 이럴 때 독서가 훨씬 흥미로워지며, 자연스럽게 문해력도 향상된다고 해요. 언어학 연구에 따르면 글을 보고 이것이 어떤 글인지 이해하는 데에는 글에 사용된 어휘의 약 80%를 알아야 한다고 해요. 글이 쓰인 이유와 주장까지 완전히 이해하려면 사용된 어휘의 98% 이상을 알아야 하고요. 문해력을 가진다는 것이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이죠.
문해력은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요? 잘 읽고 잘 쓰기 위해선 어휘력이라는 바탕이 있어야 해요.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단어들을 많이 습득하게 되면 그것으로 자기 생각을 더 명확하고 더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요. '좋아'라는 말 대신, '즐거워' '만족스러워' '행복해'와 같은 다양한 단어를 사용하는 식으로요. 어휘력을 키우는 방법은 많은 글을 읽는 것이라고 해요. 단어를 다양한 맥락에서 여러 번 경험해야만 우리 머릿속에 있는 '어휘 사전'에 그 단어가 저장된답니다. 그래야 필요할 때 바로바로 꺼내 사용할 수 있겠죠.
저자들에 따르면 자발적인 책 읽기와 글쓰기 활동이 초등학교 4학년을 기점으로 급격하게 줄어든다고 해요. 이 때문에 열 살 전후 시점에 읽기와 쓰기를 매력적으로 느낄 만한 교육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해요. 뭐든 공부처럼 느껴지면 지루해지죠. 그러니 마치 놀이처럼, 좋아하는 장르나 유형의 글부터 읽기 시작해 서서히 공부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독서의 폭을 넓혀가는 것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