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도시 전체가 예술로 가득 찬 파리… 카페·지하철역·묘지에도 작품 있죠

입력 : 2024.10.10 03:30
[재밌다, 이 책!] 도시 전체가 예술로 가득 찬 파리… 카페·지하철역·묘지에도 작품 있죠
아트 하이딩 인 파리

로리 짐머 지음|마리아 크라신스키 그림
오승민 옮김출판사 혜윰터가격 2만2500원

여러분은 프랑스 파리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갖고 있나요. 미식의 도시? 아름다운 건축? 이 여행서는 우리를 파리에 담겨 있는 예술의 세계로 안내해요. 저자 로리 짐머는 뉴욕에서 활동하는 큐레이터이자 작가인데요, 아름다운 색과 선을 사용한 일러스트들을 통해 파리에 있는 예술 작품들을 소개하죠.

파리는 루브르나 오르세 같은 관광 명소 외에도 아름답고 위대한 미술 작품으로 가득 찬 도시예요. 책은 예술가 혹은 예술품과 관련한 100여 장소를 소개합니다. 파리에 오래 살거나, 심지어 파리를 아주 잘 아는 사람이라도 알지 못하는 장소가 많을 거예요. 저자는 카페와 지하철역, 심지어는 공동묘지까지 찾아가 파리 시민들의 일상에 스며 있는 예술품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먼저 출퇴근하는 파리 시민들로 늘 붐비는 콩코르드 지하철역으로 가 볼까요. 여기엔 매우 독특한 예술 작품이 있어요. 벨기에 예술가 프랑수아 샤인이 디자인해 1991년 완성한 '화합'이라는 작품인데요. 4만4000개의 알파벳으로 만든 긴 문장을 타일로 붙인 형태예요. 여기에 적힌 글은 모두 1789년 프랑스혁명 때 작성한 선언문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에서 가져왔다고 해요. 그런데 띄어쓰기와 마침표를 모두 생략해놔서, 프랑스 사람들도 이 문장을 읽으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요. 낱말 찾기 놀이와 역사 강의, 그리고 미술이 한꺼번에 구현된 볼거리인 셈이죠. 고블랭 극장의 전면에 있는 인물 조각은 '생각하는 사람'의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이 무명 시절에 만든 작품이라고 하네요.

책을 읽다 보면 파리 전체가 거대한 '거리 예술 전시장'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오베르캄프 거리에 가면 '라 플라스 베르트'라는 이름의 고풍스러운 카페가 있는데요. 이곳에선 파리의 예술가들이 직접 벽화를 그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해요. 정적 예술인 벽화가 동적인 공연 예술로 변신하는 셈이죠. 관람객들은 각기 다른 작가들의 스타일을 비교해볼 수도 있고요. 벽화가 완성되면 축하 공연도 열린다고 하네요. 그리고 2주 정도 시간이 지나면 '오베르캄프 벽 연합회'에서 초대받은 예술가가 같은 벽에 새 그림을 그린다고 해요.

여행서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아요. 스마트폰만 있으면 여행 정보는 쏟아져 나오니까요. 게다가 스마트폰 검색은 비용도 들어가지 않죠. 그런데 최근 들어 다시 여행 안내서를 찾는 사람들도 늘어났어요. 여행 정보는 어느 때보다 많아졌지만, 여행의 깊이를 더해줄 수 있는 정보는 믿을 만한 작가들이 전문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거든요. 오랜 시간 파리를 관찰하고 경험한 저자의 시선을 통해, 그동안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이 도시의 아름다움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