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우리 전통 음식 비빔밥, 조선시대 땐 임금 친척에게 대접한 궁중 요리였죠
입력 : 2024.10.01 03:30
비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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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빔밥은 각종 채소와 밥을 함께 비벼 먹는 우리나라 전통 음식이에요. 지역마다 들어가는 재료가 조금씩 달라 다양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죠. 해안 지역에선 멍게 같은 해산물을 넣기도 하고, 젊은 세대는 치즈를 넣어 먹기도 해요. /윤상진 기자
비빔밥이 문헌에 등장한 것은 19세기 후반 쓰인 한글 요리책 '시의전서'에서부터예요. 하지만 기록되지 않았을 뿐, 그 전부터 비빔밥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돼요. 이는 전근대 한반도에서 나타났던 여러 풍속을 통해 추측해 볼 수 있는데요, 우선 제사를 지내는 풍습에서 비빔밥이 유래한 것으로 보는 의견이 있어요.
한반도에서는 삼국 시대부터 국가 통치 이념으로 유교를 받아들였고, 조선 시대에 이르러서는 유교가 윤리, 풍습 등 많은 부분을 장악했죠. 유교의 핵심 의례 중 하나인 제사를 지내려면 많은 음식을 만들고, 제사가 끝난 후 이를 먹으면서 복을 받는 '음복'을 하는데, 많은 제사 음식을 먹는 과정에서 비빔밥 문화가 발달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죠.
19세기 중반 조선에선 새해를 앞두고 만든 음식은 되도록 그해 안에 먹으려고 했대요. 작년에 만든 음식을 새해에 먹지 않는 풍습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때 음식을 한 번에 다 먹으려고 비빔밥을 해 먹었다는 의견이 있어요. 또, 논밭에서 먹기 편한 음식으로 비빔밥이 등장했을 것이란 주장도 있어요. 농경 사회에선 모내기나 추수를 할 때 마을 사람들이 서로 품앗이를 하며 일을 도와주는데요. 각자 집에서 가져온 밥이랑 반찬을 한데 비벼서 나눠 먹었다는 것이죠.
시의전서를 보면 '골동반(骨董飯)'이라는 표현이 등장해요. 당시 궁궐에 왕실의 종친(宗親)들이 들어오면 점심 식사로 비빔밥을 내어주었다고 하는데, 이때 먹은 비빔밥을 한자로 골동반이라고 쓰고 순우리말로는 '부븸밥'이라고 불렀대요. 이 책에 기록된 비빔밥 요리법에 따르면 비빔밥은 밥을 짓고, 고기와 나물 등을 재워서 볶고, 다시마 튀각을 부숴 넣은 후 깨소금과 기름으로 비벼 먹는 방식으로 만들었어요.
골동반은 중국에도 있었는데, 우리나라 비빔밥과는 조금 달라요. 고문헌들에는 중국의 골동반은 쌀에 고기와 생선 등을 넣고 쪄서 먹는 요리라고 기록되어 있어요. 즉, 중국 골동반과 한국 비빔밥은 한자 표기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요리였다는 것이죠. 비빔밥을 중국의 문화유산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