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1000m 이상 산에 열리는 빨간 열매… 고산동물에겐 겨울 양식 돼요
입력 : 2024.09.30 03:30
마가목
-
- ▲ 자잘한 꽃들이 모여 우산 모양을 이루는 마가목 꽃은 5~7월에 피어나요(왼쪽 사진). 강렬한 빨간색의 마가목 열매는 10월에 익는데, 땅에 떨어져 묻힌 열매는 고산 동물에게 요긴한 먹이가 되기도 해요(오른쪽 사진). /독자 제공·국립생물자원관
마가목은 해발 1000m 이상 높은 산에서 햇빛이 잘 드는 능선이나 등산로 주변에 주로 자랍니다. 6~8m 높이로 자라며, 줄기를 사방으로 고루 펼쳐 나무의 형태가 아담하고 멋져요.
마가목 잎은 여러 작은 잎(소엽)이 모여 하나의 잎을 이루는 복엽(複葉)이에요. 11~17개의 작은 잎이 잎줄기를 따라 두 장씩 마주 달리는데, 마지막엔 한 장만 달리기 때문에 마가목의 소엽 수는 항상 홀수죠. 잎이 질 땐 소엽들이 달린 하나의 잎자루가 통째로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잎과 줄기가 다 자라고 나면 줄기 끝의 초록색 꽃봉오리들에서 하얀 꽃잎들이 터져 나오는데요, 마가목의 꽃은 자잘한 꽃들이 모여 우산 모양을 이뤄요. 꽃 하나하나는 모양과 크기가 똑같은 다섯 장의 꽃잎으로 이루어져 있고, 암술과 수술을 모두 갖추고 있죠. 봄도 짧고, 곤충 개체 수도 적은 고산의 식물들은 흔히 자잘한 꽃으로 널찍한 꽃다발을 만들어요. 큰 꽃다발은 멀리서도 곤충의 눈에 잘 띄며, 여러 곤충이 동시에 방문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마가목 꽃다발의 특징은 벌이나 노린재가 꽃다발 주위로 한참을 돌아다녀도 꺼지거나 출렁이지 않을 만큼 넓고 단단하다는 점이에요. 덕분에 적은 양의 꿀로 만족하지 못하는 곤충은 더 많은 꿀을 모으기 위해 오랫동안 꽃에 머물 수도 있죠.
곤충들의 도움으로 마가목의 꽃다발은 풍성한 열매 다발이 됩니다. 가을이면 열매 다발이 빨갛게 익어 나무 전체가 탐스럽게 변하는데요, 고산의 햇빛을 받은 마가목의 단풍색은 매우 강렬하고 아름다워 '올림픽 성화'라는 애칭을 얻을 정도입니다. 새들은 이 화려한 붉은색에 이끌려 마가목에 모여들고, 영양이 풍부한 마가목 열매를 먹고 여기저기 씨앗을 배설해요. 또한 땅에 떨어져 눈 속에 묻힌 열매는 새뿐 아니라 산양이나 토끼, 멧돼지의 요긴한 겨울 양식이 되기도 하죠.
하지만 마가목 역시 기후변화로 더 높은 곳으로 밀려나고 있어요. 고도가 높아질수록 바람이 거세지고 건조해져 마가목처럼 키 큰 나무는 살아가기 힘들어지죠. 고산 동물들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마가목, 귀하게 여기고 잘 보호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