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공동체 규모 작았던 네안데르탈인… 사회성 부족, 멸종 원인 중 하나로 꼽혀
입력 : 2024.09.19 03:30
찬란한 멸종
이정모 지음|출판사 다산북스|가격 2만1000원
이정모 지음|출판사 다산북스|가격 2만1000원
'빅 히스토리(Big History)'란 역사의 범위를 우주 탄생 이론인 빅뱅과 우주의 진화로까지 확장한 역사관, 혹은 그러한 학문적 움직임을 뜻해요. 태양계 생성과 이후 지구에서의 생명 탄생, 인류 출현 등을 주제로 다루죠. 빅 히스토리는 물리학부터 천문학, 화학, 지질학, 생물학, 인문학까지 아우를 수 있는 연구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 관장이 쓴 이 책은 '멸종'이라는 키워드로 지구의 빅 히스토리를 들려주는 자연과학서예요. 과학책이지만 마치 SF(공상과학) 소설처럼 가상의 미래에서 이야기를 펼치는 것도 이 책의 특징이에요. 2150년, 여섯 번째 대멸종으로 지구상에서 인간이 사라진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죠.
인류는 멸망하기 직전인 2100년쯤 화성으로 테라포밍(Terraforming)을 시도했어요. 테라포밍은 지구 외 다른 천체에 지구의 환경과 생태계를 인위적으로 조성해 지구 생물이 원활하게 살 수 있도록 개척하는 것을 뜻해요. 그 이전인 2024년 지구엔 아직 빙하가 남아 있었어요. 이때까지만 해도 인류의 멸종을 막을 수 있는 희망이 있었던 거죠. 책은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갑니다. 1만년 전의 세계와 다섯 번의 대멸종, 그리고 지구 탄생 이후 46억년의 모든 역사를 살펴보죠.
지구에서 첫 번째 대멸종은 약 4억4380만년 전 고생대 오르도비스기 말기에 있었다고 해요. 대기 중의 온실가스 감소로 대규모 빙하가 발생했어요. 이때 지구에 살고 있던 전체 생물 종의 86%가 멸종했다네요. 두 번째 대멸종은 약 3억5890만년 전인 고생대 데본기 말기였는데, 갑자기 지구가 추워지고 대기가 산성화되면서 발생했어요. 이때는 생물 75%가 멸종했다고 합니다.
약 2억5190만년 전 고생대 페름기 말기에 있었던 세 번째 대멸종은 생명체들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이었어요. 무려 생물의 96%가 멸종했거든요. 약 2억140만년 전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말기에 일어난 네 번째 대멸종 때는 생물의 80%가 멸종했고, 다섯 번째 대멸종은 약 6600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 말기였어요. 공룡을 포함해서 지구상 생물의 76%가 멸종했다네요.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한 상황을 설명하는 대목도 인상적이에요. 네안데르탈인은 호모사피엔스에 비해 수명이 짧았는데, 이 영향으로 호모사피엔스보다 훨씬 작은 공동체를 이루고 살았다고 해요. 따라서 사회성이 떨어지고 동족 간에 결속도 약했다네요. 네안데르탈인은 40만년가량 살았지만, 개체 수가 10만명을 넘어간 적이 없었다고 해요. 호모사피엔스와의 경쟁에서 밀려 멸종한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사회성 부족'이라는 저자의 설명이 흥미로워요.
"흔히 멸종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새로운 생명 탄생의 찬란한 시작이기도 하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지구상 생명의 역사가 경이롭게 펼쳐지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