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으로 만난 첼리스트와 수학자의 음악 이야기
입력 : 2024.09.12 03:30
내일 음악이 사라진다면
첼리스트 양성원 연세대 교수와 수학자 김민형 영국 에든버러대 석좌교수가 함께 쓴 예술 에세이예요. '수학을 사랑한 첼리스트와 클래식을 사랑한 수학자의 협연'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어요.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두 저자는 우연한 기회에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됐어요. 즐거운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죠. 클래식 음악의 시대별 변천사로 퍼지다가, 첼리스트 요요마와 재클린 뒤프레의 연주 스타일 분석으로 깊이 빠져들기도 해요. 둘의 대화는 클래식 음악 세계를 종횡무진 날아다니는 듯해요. 책은 이 대화를 고스란히 옮겨 놓았어요. 책을 읽다 보면 두 사람의 대화가 귀에 들리는 듯하죠.
그런데 아무 상관이 없을 것만 같은 수학자와 음악가가 만났는데 어떻게 이렇게 재미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을까요? 사실 음악과 수학은 가장 가까운 친구 같은 사이예요. 수학과 음악은 서로를 도우며 함께 발전했거든요. 서양 음악 이론의 역사를 말할 때 가장 먼저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피타고라스예요. '피타고라스 정리'로 유명한 바로 그 수학자죠. 그가 음악에 대한 이론을 처음으로 만들었다는 여러 기록이 남아 있어요.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1571~1630)는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들의 운동이 음악에서의 화음처럼 조화로운 비율을 나타낼 것이라고 확신했어요. 이 밖에도 역사 속에서 수학과 음악이 만나고 어울린 사례는 수도 없이 많아요.
19세기 영국의 수학자 제임스 실베스터는 '수학은 이성의 음악, 음악은 감성의 수학'이라는 말을 남겼어요. 수학은 음률의 대칭과 질서 속에 자유로운 상상력을 담아낸 음악과 유사하되, 차가운 이성이 가미됐다는 의미죠. 또 음악은 수학적으로 이루어진 음계와 화음을 바탕으로 하되, 예술적 감성을 불어넣은 것이고요. 이 책은 음악과 수학의 이런 흥미로운 관계를 증명합니다.
음악가 양성원과 수학자 김민형의 대화는 서로 점잖게 호응하지만 밋밋하게 진행되지 않아요. 때론 서로 다른 견해로 불꽃을 튀기기도 하죠. '음악은 항상 좋은 영향을 미치는가?' 같은 주제에선 팽팽하게 맞서며 설전을 벌여요.
김민형 교수는 듣기엔 좋다 해도 우리에게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는 음악이 있다고 말해요. 이에 반해 양성원 교수는 음악의 파괴적인 영향은 음악 그 자체가 아니라, 음악을 악용하는 이들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주장해요. 나아가 음악은 인간을 도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죠. 독자는 이런 상반된 견해를 모두 접하며 자연스럽게 음악에 관해 아주 깊이 사유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