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사춘기 지나며 낯설어지는 '나의 몸' 이야기 5편 통해 새롭게 바라봐요
입력 : 2024.08.29 03:30
백이원 외 4인 지음|출판사 스피리투스|가격 1만5800원
옴니버스(omnibus)는 독립된 이야기들을 모아서 만든 책이나 영화 작품을 의미해요. 같은 등장인물이나 주제 아래에서 벌어지는 각각의 이야기일 수 있어요. 또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들을 한 작품으로 묶은 것도 옴니버스식 구성이에요. 숏폼 콘텐츠에 익숙해진 청소년 독자들에게 옴니버스 형식의 책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어요.
이 책은 하나의 주제에 대해 다섯 작가가 이야기를 펼치는 옴니버스 구성의 단편소설집입니다. '사춘기 시절의 몬스터(괴물) 같은 몸'에 대한 기발한 상상력을 소설로 써보자는 취지에 공감한 작가들이 참여했어요.
김경희 작가의 '알로그루밍'은 매력적인 몸을 위해 일 년 내내 극단의 다이어트를 감행하는 여학생들 이야기예요. 다이어트를 하는 친구들은 단체 톡방에 하루 동안 먹은 음식을 매일 밝혀요. 그리고 서로 응원하고 때로는 비난도 하면서 서로의 다이어트를 독려해요. 주인공 민지는 종일 굶고 먹은 걸 토해 내기도 하지만 좀처럼 날씬해지지 않아요. 그러던 어느 날 민지 주위를 맴도는 날씬하고 도도한 삼색 고양이를 만나면서 그녀는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깨닫게 됩니다.
'몽신체'(작가 박생강)는 학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조는 고등학생 차정우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정우는 늘 꿈속에서 제일 싫어하는 순두부 모양 괴물에게 쫓겨요. 어느 날 친구 아버지이자 판타지 소설가인 구탁씨를 통해 비밀을 알게 된다는 줄거리예요. 실제 잠실에 있는 중고책 서점이 등장하고, 주인공이 이곳에서 사건 실마리를 잡기도 하는 등 실감 나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게 이 작품의 특징이에요.
문성진 작가의 '일단 가즈아'는 남성미 넘치는 근육질 몸을 갖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사춘기 소년들의 신체적 로망을 흥미롭게 묘사했죠. 백이원 작가의 '이중생활'은 아기장수, 삼신할매, 전우치 등 우리 신화 속 초인적인 존재의 후예들이 우리 주위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영화적 상상력을 다뤘어요. 정명섭 작가의 '헤드'는 미래 지구가 배경이에요. 회복 불가능해진 지구를 버리고 새로운 행성을 찾아 가야 하는데, 인간의 몸이 이를 어렵게 만들어요. 몸을 극복하려는 미래 인간들의 이야기는 흥미로우면서도 의미심장해요.
사춘기를 지나면서 가장 먼저 낯설어지는 세계가 바로 '나의 몸'이라고 해요. 가장 큰 변화가 생기고, 내 맘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에요. 이 책에 담긴 다섯 편의 이야기는 사춘기 청소년들이 자신의 몸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줘요. 몸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는 기회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