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불로장생 꿈꾼 진시황, 수은이 약인 줄 알고 꾸준히 먹다 중독됐대요

입력 : 2024.08.27 03:30

수은

수은으로 이뤄진 붉은색 광물 '주사'. 동서양 모두 고대부터 주사에서 수은을 추출해 다양하게 활용했대요. /위키피디아
수은으로 이뤄진 붉은색 광물 '주사'. 동서양 모두 고대부터 주사에서 수은을 추출해 다양하게 활용했대요. /위키피디아
최근 중국에서 불법 건강보조식품이 밀반입돼 적발됐어요. 이 물건은 과거에도 국내에 들어왔을 때 기준치의 20배가 넘는 수은이 검출되어 논란이 됐었대요. 현재 우리 몸에 해로운 물질로 알려진 수은을 과거에는 약으로 섭취했었다고 합니다. 인류는 수은을 어떻게 사용했을까요?

수은은 주사라는 광물에서 얻을 수 있어요. 주사는 우리가 도장을 찍을 때 사용하는 '인주'의 주재료이기도 해요. 고대 중국에선 주사를 사용해 만든 약을 불로장생약으로 여겼대요. 불로초를 찾았던 진시황(기원전 259~기원전 210)도 주사로 만든 약을 꾸준히 복용한 결과 수은 중독에 빠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불로장생을 꿈꿨지만 49세에 죽고 말았죠. 이 시기에 동서양 모두 주사를 가열해 수은을 추출할 수 있다는 걸 발견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습니다.

로마제국에선 주사를 캐거나 주사로 수은을 만드는 사람들이 병에 걸리고 오래 못 산다는 걸 발견하곤 범죄자나 노예들을 수은 생산에 투입했대요.

수은은 도금에 활용되기도 했어요. 도금은 물체 표면에 다른 물질을 입히는 걸 말하죠. 고구려와 백제는 금과 수은을 이용한 아말감(수은과 다른 금속의 합금) 기법으로 구리로 만든 불상을 도금하는 기술이 뛰어났다고 해요. 금을 수은에 녹인 뒤 불상에 입히면 수은은 날아가고 금만 남는다고 합니다. 이런 수은 아말감 기법은 일본에도 전파됐어요. 일본 나라 시대를 상징하는 불상인 도다이지(東大寺) 대불도 이 기술이 사용됐대요.

아말감은 현대에도 치과 치료의 재료로 사용되고 있어요. 치과 치료용 아말감은 안전하고 가격도 저렴한 장점이 있지요. 그런데 수은을 사용한다는 점 때문에 불안해서 더 비싼 재료로 치료하고 싶어 하는 환자들도 있대요.

수은은 화장품으로 사용되기도 했어요. 수은이 피부에 들어가면 혈액 이동을 막아 피부가 창백해졌는데, 이를 미백 효과로 착각했던 것이죠. 영국 여왕인 엘리자베스 1세도 수은을 화장품으로 썼어요. 수은 때문인지 말년에 피부 상태가 좋지 않았고 지나치게 창백했다고 합니다.

수은은 온도계나 형광등 등 다양한 물품을 만드는 데도 사용됐어요. 그러다 과학과 의학의 발달로 수은 중독 문제가 점점 알려지면서 점차 사용이 줄었어요. 수은 중독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한 대표적 사례는 미나마타병이에요. 수은은 생물의 몸속에 쌓이는 성질이 있어 강과 바다로 흘러들어 가면 물고기나 조개 몸속에 쌓이게 됩니다. 1950년대 일본 구마모토현의 미나마타시에선 질소 비료 공장에서 무단 방류한 메틸수은이 물고기와 조개에 축적됐고, 이를 먹은 사람들이 마비나 정신 지체 증세를 보였습니다.

김현철 서울 영동고 역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