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359] '기화'와 '기회'

입력 : 2024.08.21 03:30
[예쁜 말 바른 말] [359] '기화'와 '기회'
*그 경찰관은 동료 경찰관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기화로 평소 친분이 있던 공여자들에게 금품을 요구하고 수사 진행 상황을 알려줬다.

위 문장에 쓴 단어 '기화'의 뜻을 알고 있나요? 혹시 '기회'라는 말을 잘못 쓰지 않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아요. 박경리 소설 '토지'에도 "(생략) 장사를 곧잘 하여 재산이 불어난 것을 기화로 남편을 졸랐다"는 문장이 나옵니다. '기화'와 '기회' 두 낱말의 차이를 알아볼까요?

'기화(奇貨)'는 진기한 재물이나 보배를 뜻하는 말이에요. 뜻밖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물건 또는 그런 기회를 의미하기도 해요. 후자일 땐 주로 '~을 기화로' 구성으로 쓰며,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써요. 유의어로 '핑계' '빌미' 등이 있어요.

'기회(機會)'는 어떠한 일을 하는 데 적절한 시기나 경우라는 뜻으로 '절호의 기회' '기회를 놓치다'와 같이 써요. 또 겨를이나 짬이라는 뜻으로 '그녀는 내게 변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쏘아붙였다'와 같이 쓸 수 있어요.

[예문]

―이번 사건을 기화로 백수 삼촌은 아예 우리 집에 눌러앉았다.

―요즘 워낙 바쁘다 보니 친구들을 만날 기회가 없었다.
류덕엽 교육학 박사·전 서울 양진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