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영역 표시하려 뿌리는 오줌에서 식초 냄새 나 '식초개'라고도 불려요

입력 : 2024.08.14 03:30

덤불개

갯과 야생동물 덤불개. 덤불개는 남아메리카 중·북부의 울창한 숲과 강가, 초원 등에서 살아요. /브리태니커
갯과 야생동물 덤불개. 덤불개는 남아메리카 중·북부의 울창한 숲과 강가, 초원 등에서 살아요. /브리태니커
얼마 전 남미가 원산지인 '덤불개(bush dog)'를 사육하고 있는 유럽의 동물원들이 '세계 덤불개의 날' 행사를 진행했어요. 멸종 위기에 처한 덤불개에 대해 관심을 갖자는 취지였죠. 이들은 땅딸막한 몸집에 얼굴이 동글동글한 덤불개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렸어요.

덤불개는 늑대·여우·코요테 등과 마찬가지로 갯과 야생동물이랍니다. 남아메리카 중·북부의 울창한 숲과 강가, 초원 등에서 서식하고 있어요. 숲속 덤불을 오가며 살아서 덤불개란 이름이 붙여진 걸로 보여요. 몸길이는 최장 75㎝, 어깨높이는 최고 30㎝ 정도예요. 몸은 길쭉한데 다리는 짧은 덤불개의 모습은 족제비나 수달, 반려견 닥스훈트랑 비슷하죠.

덤불개의 뼈나 이빨 구조는 3600만년 전 나타나 살았던 개의 조상과 아주 비슷하다고 해요. 원시적인 모습을 하고 있지만 주변 환경에 훌륭하게 적응하면서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죠. 특히 다른 개 종류와 달리 네 발에는 물갈퀴와 비슷한 막이 있어서 능숙하게 헤엄을 치거나 자맥질을 할 수 있고 진창을 걸을 땐 푹푹 빠지지 않게 해줘요. 개의 무리 중에서 덤불개만 한 수영 선수가 없을 정도예요.

몸이 길쭉하고 땅딸막한 덤불개는 얼굴도 둥그스름한 데다 귀도 작은 편이에요. 보면 볼수록 갯과 동물이 맞나 싶은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철저하게 무리 지어 생활하는 모습은 늑대와 아주 비슷하답니다. 우두머리 역할을 하는 암수 한 쌍을 중심으로 10여 마리 정도가 무리를 이루는데요. 특히 사냥할 때에는 무리끼리 협업이 빛을 발해요. 덤불개의 사냥감은 카피바라나 아구티 같은 대형 설치류인데요. 덩치가 엇비슷해서 혼자 사냥하는 게 결코 쉽지 않거든요.

위계질서가 확실한 것도 늑대와 비슷한 점이에요. 무리 내 암컷 중에서 번식할 권한은 우두머리 암컷에게만 있답니다. 한배에 많게는 여섯 마리의 새끼가 나오는데, 다른 암컷들과 먼저 태어난 어린 녀석들이 육아를 돕는대요.

덤불개의 또 다른 별칭은 '식초개(vinegar dog)'랍니다. 오줌을 곳곳에 뿌려서 영역 표시를 하는데 오줌에서 식초처럼 코를 찌르는 냄새가 나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암컷과 수컷은 오줌 누는 자세가 다르대요. 수컷은 한쪽 발을 들고 땅에다 바로 오줌을 누는 반면, 암컷은 두 발을 들어 나무에다 댄 상태에서 오줌을 뿌려요.

오래전부터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들은 덤불개를 반려견 삼아 기르기도 했대요. 그런데 지금은 사람이 덤불개 생존의 큰 위협이 되고 있어요. 펄프를 얻거나 농장을 만들 목적으로 나무를 베면서 점차 터전을 잃고 있는 데다 사람이 키우는 개와 접촉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전염병이 옮아 죽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대요.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