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1만4000년 전 묻힌 강아지의 뼈에 보살핌과 치료받은 흔적 남아있어
입력 : 2024.08.08 03:30
사라진 시간과 만나는 법
고고학은 아주 오래된 것을 다루는 학문이지만 최신의 과학이기도 해요. 인간이 남긴 다양한 물질적 흔적을 통해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시대의 문화와 역사, 풍습과 생활상 등을 연구하는 학문이 바로 고고학이거든요. 그런데 오늘날의 고고학은 DNA 분석,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과 같은 최신 기술을 동원하면서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밝혀내고 있다고 해요. 우리가 오랫동안 상식처럼 여겼던 고고학의 가설들이 새로운 고고학적 발견을 통해 폐기되는 경우도 많았어요.
세계 4대 고대 문명설도 최신 고고학을 통해 부정되고 있어요. 메소포타미아·인더스·이집트·황하 이렇게 4개의 지역에서만 고대 문명이 발원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인데요. 여기와는 전혀 다른 지역에서 문명의 흔적이 너무나도 많이 발견됐기 때문이에요. 현재 고고학계나 역사학계에서는 고대 문명의 발상지가 최소한 20곳 이상이라는 이론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해요.
네안데르탈인의 DNA가 우리 호모 사피엔스에게 남아 있다는 것도 비교적 최근에 밝혀졌어요. 이전에는 인간과의 경쟁에서 밀려나 그냥 멸종해 버렸던 것으로 추측했거든요. 그런데 이처럼 호모 사피엔스와의 이종교배를 통해 우리에게 DNA를 남긴 고인류가 네안데르탈인 외에 또 있었다는 사실도 최근에 밝혀졌어요. 데니소바인의 존재는 지난 2008년 시베리아 알타이산맥의 데니소바 동굴에서 손가락뼈 화석이 발견되면서 처음으로 알려졌어요. 과학자들은 데니소바인이 약 40만년 전 네안데르탈인에서 갈라져 나와 시베리아와 우랄·알타이산맥, 그리고 동남아 지역에서 주로 살다가 3만~5만년 전에 지구상에서 멸종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어요. 데니소바인 유전자는 주로 태평양 섬들과 동남아시아 주민들한테서 발견되고 있다고 해요. 불과 16년 전의 발견이 오랫동안 상식처럼 여겨지던 고인류사를 고쳐 쓴 것이죠.
이 책의 저자는 북방고고학을 전공한 학자이자 대학에서 고고학을 가르치는 교수예요. 누구라도 고고학이라는 학문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매우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에요.
독일 베를린의 오베르카셀에서 약 1만4000년 전의 무덤이 발견됐어요. 여기엔 남녀가 묻혀 있었는데, 둘 사이에 19주 정도밖에 안 되는 강아지가 함께 묻혀 있었다고 해요. 뼈에 남은 흔적으로 볼 때 그 강아지는 보살핌과 치료를 받았다는 것도 밝혀졌어요. 저자는 이를 두고 반려동물, 그중에도 개와의 감정적 교감은 인류의 역사 초기부터 확고했음을 잘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해요. 이 밖에도 외계 문명설 등 고대 문명에 대한 다양한 음모론과 가짜 고고학까지 저자는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줘요. 고고학이 얼마나 매력적인 학문인지를 단번에 이해하도록 만드는 멋진 교양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