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시에서 필요한 건 자연과학 감수성" 시인이 쓴 인문·과학·예술 서평들
입력 : 2024.08.05 03:30
오래된 책 읽기
김언 시인의 독서 산문집이에요. 단순한 서평을 넘어, 시인의 독서 여정과 깊은 사유가 담겨 있어요. 저자는 "어떤 책은 글쓰기를 동반하면서, 그러니까 기록하고 사유하는 시간을 거치면서 기꺼이 내 문학의 자양분이 되어주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처럼 책은 단순히 읽는 데서 끝나지 않고, 우리 삶과 생각에 깊은 흔적을 남기죠. 저자의 독서 경험도 그러했습니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돼 있어요. 1부에서는 문학, 예술, 인문서에 대한 짧은 인상기를 토대로 한 독서 일기 형식 산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2부에서는 인간의 문제를 고민한 독서 산문을 주로 다룹니다. 3부는 시인에게 문학적 자양분이 됐던 책들을, 4부에서는 시와 시인들에게서 얻어낸 생각 거리를 담은 산문이 포함돼 있어요.
저자의 독서 목록은 매우 다양합니다. 프란츠 카프카, 커트 보니것, 김수영, 김언수, 다치바나 다카시 등 시대와 국경, 장르별로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읽고 썼습니다. 책 줄거리에만 기대지 않고, 책을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음미할 수 있는 산문이 담겨 있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어요.
저자는 첨단 생명공학에서 21세기의 미래를 찾고 있는 과학 교양서 '21세기 知(지·앎)의 도전'을 읽고 "우리 시에서 가장 부족한 부분이 자연과학적 인식과 감수성"이라고 말해요. 그리고 자연과학적 인식과 감수성은 시뿐만 아니라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는 환경 운동 등 현재와 미래를 걱정하는 모든 인식에서 이제는 빠질 수 없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따라서 저자는 이과를 기피하는 청소년들, 과학에 무지한 대학생들의 인식 변화를 촉구해요. 국력을 떠받치는 든든한 기둥은 과학기술에서 나오기 때문에 현재의 과학과 기술에 대해서 더 알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이 책에서 언급하는 작품 일부는 오래된 책이라 절판되거나 품절됐어요. '오래된 책 읽기'라는 제목은 여기에서 따 온 거예요. 더불어 "많은 독자에게 닿지는 못하더라도 필요한 몇몇 분들에게는 기어이 닿아서 조그만 기억이라도" 오래 남아 읽혔으면 하는 마음이 담긴 제목이기도 합니다.
독서는 삶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행위임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어요. "책에 손을 대고 눈길을 붙이는 순간부터" 책은 누군가의 정서와 사고방식에 깊이 영향을 미친다고 해요. 저자처럼 책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얻고, 사유에 깊이를 더하며, 책을 아끼는 마음을 품을 수도 있지요. 저자는 "내일 새롭게 생각할 것이 떠오르려면 오늘 무슨 책이라도 새롭게 읽는 것이 있어야 한다"고 말해요.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문학적 통찰뿐 아니라 독서의 즐거움도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