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세계의 오지 누빈 BBC 프로듀서… 동물원에 없는 동물들 촬영했죠
입력 : 2024.08.01 03:30
데이비드 애튼버러의 주 퀘스트
데이비드 애튼버러 지음|양병찬 옮김|출판사 지오북|가격 1만9500원
데이비드 애튼버러 지음|양병찬 옮김|출판사 지오북|가격 1만9500원
이 책을 쓴 데이비드 애튼버러는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지리학과 동물학을 전공한 후 BBC 방송국에 입사했어요. TV가 발명된 지 불과 20년밖에 되지 않았던 시기에 그는 신입 프로듀서로 '동물원 탐사(Zoo Quest)'라는 제목의 자연 다큐멘터리를 제작했어요.
당시 20대 청년이었던 저자는 방송국 동료들과 함께 지구 구석구석을 누볐어요. 세계 오지에서 야생의 다양한 생명을 촬영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동물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이 기획 의도였거든요. 심지어 런던동물원에서 보유한 적 없는 동물만 대상으로 방송을 만들어야 한다는 조건도 붙었어요. 지금처럼 인터넷이 사용되던 시기도 아니었으니 당시 사람들의 눈에 저자가 찾아낸 동물들의 모습이 얼마나 신기했을까요? 어쩌면 오늘날 사람들이 외계 생명체를 직접 보는 것과 비슷한 감정이 아니었을까요.
파푸아뉴기니에 서식하는 '긴 부리 바늘두더지'의 학명은 'Zaglossus attenboroughi'라고 하는데요. 학명에 최초 발견자의 이름을 넣는 규칙에 따라 저자의 이름이 사용된 것을 알 수 있어요. 이 밖에도 생물 20여 종의 학명에 자신의 이름을 붙였다니 당시 얼마나 열심히 동물들을 탐사하고 다녔는지 짐작이 가네요.
저자가 극락조를 촬영하기 위해 파푸아뉴기니 섬으로 떠난 여정이 인상적이에요. 지금은 여행사를 통해 비행기 예약만 하면 쉽게 가서 즐겁게 지내다 올 수 있는 세계적인 휴양지이지만 저자가 방문했을 당시만 해도 이곳은 멀고 위험한 미지의 세계였다네요. 뉴기니는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에 가까이 있어 상대적으로 작아 보일 수 있지만 매우 큰 섬이에요. 이곳에는 높은 산들이 능선을 이루고 있는데, 능선 사이 정글로 뒤덮인 거대한 계곡 등은 당시만 해도 상당 지역이 사실상 탐험이 되지 않았다고 해요. 어떤 위험이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태였다는 거예요. 그리고 해안 방향으로는 모기가 들끓는 광대한 늪이 펼쳐져 있었다고 해요.
지형과 자연도 험난하지만, 내륙 깊숙한 지역에서 부족 간의 전쟁이 벌어지기도 하는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현지 원주민에게 극락조의 깃털은 부의 상징이기도 했어요. 깃털을 얻기 위해 점찍어 둔 극락조를 다른 이가 먼저 잡으면 유혈 사태가 일어날 정도로 극락조에 대한 원주민의 집념은 상당했다고 해요. 이런 상황에서 애튼버러가 극락조를 촬영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는 마치 스펙터클이 가득한 탐험 영화를 보듯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이 외에도 마다가스카르 등을 탐험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책에 담겨 있는데요. 오래전 자연 탐험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담은 자연과학서지만, 이 책은 생물 다양성의 중요성과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도 분명하게 일깨워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