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철학·인문학 이야기] 고대 철학자들에게 좋은 사랑이란? 술 마시며 에로스에 관해 나눈 대화

입력 : 2024.07.30 03:30

플라톤 '향연'

플라톤 흉상. /브리태니커
플라톤 흉상. /브리태니커
사랑은 언제나 마음을 사로잡는 주제입니다. 사랑을 주제로 다룬 노래와 시, 소설과 영화 등이 수없이 많아요. 하지만 사랑이 꼭 좋지만은 않지요.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미칠 듯이 괴롭고, 심지어 내 삶을 나락으로 끌고 가기도 합니다. 사랑을 제대로,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의 책 '향연'에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이 담겨 있어요. 플라톤이 쓴 거의 모든 책은 소크라테스를 주인공으로 한 대화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요. 이 책 역시 그렇습니다.

'포도주 속에 진실이 있다'라는 그리스 속담이 있다고 해요. 술에 취해 나누는 대화에서 진심이 드러난다는 의미겠지요. '향연'은 말 그대로 '잔치'를 뜻하는데요. 작품 속 사람들은 술잔을 기울이며 에로스(eros), 즉 사랑을 주제로 열띤 대화를 나눕니다.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한목소리로 에로스를 찬양해요. 에로스는 우리 안의 가장 고귀한 부분을 끌어내니까요. 애인 앞에서는 누구나 용사가 됩니다. 또 사랑에 빠지면 모두가 시인이 되기도 하지요. 사랑은 냉정함과 뜨거움을 조화롭게 만들어 우리를 더 완전하게 만들기도 해요.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다른 목소리를 냅니다. 사랑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죠. 신화에 따르면, 사랑의 신 에로스는 궁핍의 여신 페니아와 풍요의 신 포로스의 자식이랍니다. 사랑의 열병에 빠지면 갈망하는 마음이 절절해지고, 이를 채우기 위해 어떻게든 방법을 찾으려 하는 것도 이 때문 아닐까요? 그러면 우리는 갈망하는 마음을 채우면서도 추하게 망가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소크라테스는 좋은 사랑을 하려면, 먼저 몸부터 제대로 만들라고 충고합니다. 진짜 건강한 몸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훌륭한 몸을 가진 이들을 더 많이 알게 되면, 이제 사랑은 한두 사람의 몸을 벗어나 '육체적 아름다움' 그 자체를 좇게 된다고 해요.

사람의 정신은 쉽게 스러지고 마는 육체보다 훨씬 아름답습니다. 그래서 사랑을 제대로 하는 사람은 몸을 뛰어넘어 아름다운 영혼을 사랑하게 된다고 해요. 그렇게 계속해서 고귀한 정신을 갖춘 이들을 만나다 보면, 마침내 이를 뛰어넘는 정신적 아름다움 자체를 원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는 가운데 삶 역시 점점 바람직하게 바뀌어 갈 수 있겠죠. 이 점에서 사랑, 즉 에로스는 육체적 즐거움과 쾌락을 넘어, 완전하고 흔들림 없는 정신의 고귀함으로 우리를 이끄는 '영혼의 사다리'와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사랑을 하고 있으신가요? 사랑을 할수록 더 나아지고 있나요? 아니면 솟구치는 욕망에 휘둘리느라 추한 모습으로 바뀌고 있나요? 정신적 사랑을 뜻하는 '플라토닉 러브'는 '향연'에서 말하는 좋은 사랑과 다르지 않습니다. '향연'을 읽으며 여러분의 사랑을 한번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