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무대 위 인문학] 갈릴레이, 자신이 만든 망원경 통해 '지동설' 주장했죠
입력 : 2024.07.29 03:30
과학기술의 발전
- ▲ 뮤지컬 '시데레우스' 2022년 공연 장면. /주식회사 랑
하지만 인류는 오랫동안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고, 천체들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믿었는데요. 16세기가 되어서야 우주의 중심은 태양이고,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돈다는 지동설이 제기됐지요.
한편 '전기'는 현대 산업 문명의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쓰이고 있지요. 18세기 벤저민 프랭클린은 하늘에서 번쩍이는 번개가 전기라는 사실을 입증해 냈습니다. 19세기에는 토머스 에디슨이 백열전구를 발명했어요. 현재는 전기와도 밀접하게 연관된 인공지능(AI) 산업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천문학'과 '전기·인공지능' 분야에서 과학기술의 발전을 다룬 공연이 무대에 올라 있습니다. 뮤지컬 '시데레우스'(10월 13일까지·플러스씨어터)와 연극 '전기 없는 마을'(8월 4일까지·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입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와 지동설
뮤지컬 '시데레우스'는 과학사에서 위대한 인물로 꼽히는 갈릴레오 갈릴레이와 요하네스 케플러가 중세 기독교의 '천동설'이 지배하던 시대에 '지동설'의 타당성을 입증하며 겪는 수난의 이야기들을 담은 작품이에요.
뮤지컬의 제목은 갈릴레이의 저서 '시데레우스 눈치우스'에서 따온 것입니다. 이 책의 제목은 라틴어로 '별의 소식을 전하는 사람'을 뜻해요. 갈릴레이는 1608년 네덜란드에서 처음 발명된 망원경에 대한 소문을 듣고, 자신이 직접 20배율의 망원경을 만들어요. 그리고 이 망원경으로 관찰한 것들을 책에 기록하며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혁명적인 계기를 만들어냅니다. 갈릴레이 자신이 가장 선구적으로 별의 소식을 전하는 사람이었던 것이죠.
갈릴레이는 위대한 업적을 남긴 천문학자이면서 지금으로 치면 유능한 프로듀서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망원경 제작과 책 출판에 상당한 돈이 필요했던 갈릴레이는 이탈리아 최고의 예술 후원 가문인 메디치를 찾아가 자신이 망원경으로 발견한 목성의 위성에 '메디치의 별'이라고 이름을 붙여 후원을 얻어내 연구를 지속할 수 있었죠.
갈릴레이는 1564년 이탈리아 피사에서 태어났어요. 천문학적 업적을 쌓아가던 그였지만, 1632년에 펴낸 '프톨레마이오스와 코페르니쿠스의 2대 세계 체계에 관한 대화'라는 책으로 종교재판에 회부됩니다.
이 책이 당시 교회가 금지했던 코페르니쿠스 지동설의 타당성을 자신의 관측 결과와 수학적 논증을 바탕으로 입증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초판이 모두 팔릴 정도로 지동설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교황청에 의해 금서 목록에 올라요. 재판 이후 갈릴레이는 앞으로 지동설을 주장하지 않겠다고 서약하며 자신의 신념을 부정해야 하는 모욕을 겪게 됩니다. 그리고 가택 연금을 선고받았지요.
뮤지컬 시데레우스는 이 같은 사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또 갈릴레이와 케플러가 편지를 주고받은 사실에 상상력을 가미해 이야기를 풀어나가지요. 케플러는 행성의 운동에 관한 법칙을 발견하는 등 근대 과학 발전의 선구자 중 한 명이에요. 두 사람이 편지를 주고받으며 나누는 별의 움직임과 연구는 망원경 렌즈처럼 보이는, 무대 뒤 반원 프레임 속에서 영상으로 표현되지요. 시시각각 바뀌는 별자리가 아름답게 펼쳐지면서 갈릴레이와 케플러 두 천문학자가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담대한 여정이 관객들에게 감동적으로 전해집니다.
전기가 권력인 세상
연극 '전기 없는 마을'은 제목 그대로 전기가 부족해진 세상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을 상상해 만든 작품이에요. AI 기술의 발달 이면에 놓인, 소멸해 가는 도시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어요.
AI 기술이 점차 보편화되면서 갈수록 전력 사용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요. 연극은 이로 인해 미래 사회에 전기가 하나의 권력이 되어 버릴지 모른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연극에는 전기의 효율적인 사용을 위해 사람이 살지 않는 도시의 전기를 차단하는 일을 하는 '이든'과 '재이'가 등장합니다. 전기가 끊긴 마을은 세계와 단절되고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곳이 되지요. 그런데 이든과 재이에게 마지막 임무가 주어져요. 마을이 아닌, 자신들의 전기를 끊어버리라는 것이었죠. 이들은 인간이 아니라 인공지능으로 만들어진 존재였던 것이에요.
인공지능인 이든과 재이를 조정하는 '기준'과 '재하'는 컴퓨터에 현실을 똑같이 복제한 가상 세계를 만들고 마치 창조주 같은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영란'이 만들어낸 인공지능일 뿐이었어요. 극에서 유일한 인간인 영란은 인공지능을 만들어낸 존재이지만, 결국 죽음을 마주하고 있는 유한한 존재입니다. 영란은 죽음을 앞두고 자신이 만든 인공지능 인물들과 이별합니다. 그리고 기술은 발달했지만 삶은 과거보다 나아지지 않은 디스토피아 같은 세상을 떠나요. 우리는 인간이 자연의 원리를 발견하고 질서를 부여하며, 이를 통해 기술을 발달시키는 존재인 것으로 생각하곤 하는데요. 하지만 아무리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도 인간은 생사의 규칙을 벗어날 수 없지요. 과학기술의 발달이 더 나은 미래 사회로 이어지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연극 '전기 없는 마을'을 보며 한번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 ▲ 갈릴레오 갈릴레이 초상화. /브리태니커
- ▲ 연극 '전기 없는 마을' 공연 장면. /국립극단
- ▲ 연극 '전기 없는 마을' 공연 장면. /국립극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