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연보라색 꽃잎 활짝 펼친 야생화… 이름에 '풀' 있지만 나무랍니다

입력 : 2024.07.22 03:30

자주조희풀

자주조희풀에 꽃이 핀 모습. /김민철 기자
자주조희풀에 꽃이 핀 모습. /김민철 기자
요즘 산에 가면 두꺼운 연보라색 화피(꽃잎과 꽃받침)를 활짝 펼치고 있는 꽃, 자주조희풀을 만날 수 있습니다.

만나면 탄성이 절로 나오는, 원예종에서 느낄 수 없는 야생화만의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대표적인 꽃입니다. 생소할 수 있지만 산에 가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답니다.

자주조희풀의 꽃 색을 연보라색으로 표현했지만 짙은 하늘색, 남색, 남청색, 청자색이라고도 할 수 있는 다양하고 고운 색입니다. 꽃이 벌어지기 전엔 전체적으로 원기둥 모양이었다가 꽃봉오리 윗부분이 4개로 갈라져 넓게 수평으로 펼쳐집니다. 꽃잎 가장자리에는 구불거리는 주름이 있습니다. 꽃대가 짧아 꽃이 줄기에 다닥다닥 붙어 핀 것처럼 보이죠.

병조희풀은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자주조희풀과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둘은 꽃이 피기 전에는 구별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비슷합니다. 둘 다 잎이 작은 잎 3개로 이루어졌는데, 작은 잎 가장자리에는 거친 톱니가 있습니다.

꽃이 피면 둘을 구별하는 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병조희풀은 꽃 모양이 아래쪽이 볼록한 것이 청자병 또는 호리병을 닮았습니다. 또 화피의 끝이 좁고 뒤로 젖혀져 있습니다. 반면 자주조희풀은 꽃 아래쪽이 볼록하지 않고 화피가 깊이 갈라져 있습니다.

조희풀이라는 특이한 이름은 어디에서 유래했을까요. '종이풀'에서 변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습니다. 옛날에 조희풀 잎과 줄기 껍질로 종이를 만든 데서 유래했다는 얘기도 있고, 이 식물 잎을 묵나물로 만들어 먹으면 종이를 씹는 맛이 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두 조희풀 이름에 '풀'이 들어가 있지만 줄기의 아래쪽은 목질화해 겨울에도 남아있기 때문에 나무라는 점입니다. 골담초·낭아초 등도 이름에 '풀 초(草)'가 들어 있지만 나무로 분류하는 식물입니다.

두 조희풀은 으아리, 사위질빵, 원예종 클레마티스 등과 함께 으아리속입니다. 속(屬)이 같으면 계통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가진 형제 식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주조희풀은 열매도 개성 만점입니다. 꽃이 지면 긴 털들이 소용돌이치듯 모여 있는 독특한 열매가 생기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모양이 클레마티스·사위질빵 열매와 비슷하게 생겨 같은 속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열매에 긴 털이 있는 것은 씨앗을 조금이라도 더 멀리 날려 보내려는 식물의 전략입니다.

병조희풀은 전국적으로 자생하지만 자주조희풀은 경기·강원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분포합니다. 그래서 여름이면 북한산·천마산 등 서울 주변 산에서도 자주조희풀꽃을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남한산성 성곽 길을 걷다 보면 싱싱하고 예쁜 자주조희풀꽃을 자주 만날 수 있답니다.
김민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