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추억의 알제리서 지나간 청춘 회상 후 내면에 '불굴의 여름' 있다는 것 깨달아

입력 : 2024.07.22 03:30
[재밌다, 이 책!] 추억의 알제리서 지나간 청춘 회상 후 내면에 '불굴의 여름' 있다는 것 깨달아
여름

알베르 카뮈 지음|박해현 옮김|출판사 휴머니스트|가격 1만3000원

알베르 카뮈의 깊은 사색을 엿볼 수 있는 책이에요. 1957년 마흔넷의 나이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그가 각기 다른 시기에 쓴 에세이 8편을 모아 출간했어요.

알베르 카뮈는 알제리의 소도시 몽도비에서 태어난 프랑스인이에요. 생후 8개월부터 '태양의 도시'라고 불리는 알제리의 또 다른 도시 '알제'의 빈민가에서 자라며 청년기를 보냈어요. 그는 알제를 '진정한 고향'으로 여겼지요. 알제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카뮈는 졸업반 때, 자신이 평생 스승으로 모시게 되는 철학자 장 그르니에를 만나기도 했어요.

이 책에 실린 첫 번째 에세이 '미노타우로스 또는 오랑에서 멈춘 발걸음'은 이렇게 카뮈가 애정을 가지고 있는 알제리를 배경으로 해요. '오랑'은 알제리 북서부에 있는 항구 도시인데요. 카뮈는 촌스럽고 소박한 오랑의 기성세대와 할리우드 배우를 추종하는 젊은 세대의 모습을 희극적이면서도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묘사하고 있지요. 이는 '지중해인'이라는 자의식을 가진 카뮈가 오랑 사람들의 정서와 그들이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삶의 태도를 잘 알고 소중히 여겼기 때문이에요.

이 글의 부제는 '피에르 갈랭도에게'인데요. 피에르 갈랭도는 카뮈가 청년 시절부터 평생을 가까이한 친구예요. 오랑 출신이죠. 피에르 갈랭도는 우람한 몸집에 과묵하고 냉담한 성격을 가졌는데, 오랑의 해변에서 아랍인들과 충돌한 적이 있었어요. 카뮈는 피에르 갈랭도의 이 경험을 듣고, '이방인'에 나오는 살인 장면을 구상했다고 해요.

카뮈에게 여름과 태양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여름은 청춘이고, 태양은 영원한 청춘을 밝히는 아름다운 존재이면서 지나치게 아름다운 나머지 억압적인 존재이기도 합니다. 이 책의 '티파사에 돌아오다'에선 전자의 태양을 엿볼 수 있어요. 카뮈는 젊은 날 찾았던 알제리 도시 티파사를 다시 방문한 여정을 이 글로 기록했는데, 이곳에서 짧은 여름처럼 지나간 청춘의 일부를 회상해요. 그리고 현실은 겨울처럼 냉혹하지만, 그의 내면에 '불굴의 여름'이 버티고 있음을 다시 깨닫게 돼요. 겉은 아름답지만 안으로는 메마른 과육만 남은 오렌지가 되지 않으려면 자기 내면에 신선함과 기쁨의 샘터를 보존하고, 불의에서 벗어나는 한낮을 사랑하고, 그렇게 성취한 빛을 휘둘러 다시 투쟁해야 한다는 진실도 자각하죠.

이처럼 책에 실린 카뮈의 에세이들엔 세상이 혼란스럽고 어려움이 많더라도, 우리는 우리만의 희망을 세우고 그 희망을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는 긍정적인 메시지가 잘 녹아 있어요. "우리는 제정신을 잃은 하늘에 우리가 희망하는 태양들을 밝혀두고 있다"는 카뮈의 문장처럼, 힘든 세상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찾아 나아가 보세요.



김미향 출판평론가·수필가